전통 유통 강자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지난해 온라인 합산 거래액(GMV)이 쿠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쿠팡이 작년에만 몸집을 두 배로 키우면서 유통 대기업은 체면을 구겼다. 올해는 퀀텀점프를 바탕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선 쿠팡과 점유율 격차를 좁히려는 유통 대기업의 투자 확대로 e커머스 시장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작년 거래액은 전년 대비 7.0% 증가한 7조6000억원이다.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거래액은 37% 늘어난 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 추산한 쿠팡의 작년 거래액은 22조~24조원 규모다. 양사 합산 거래액 11조5000억원의 갑절에 달한다. 같은 기간 거래액 증가율에서도 쿠팡은 롯데와 신세계 e커머스 부문을 크게 앞섰다.
통상 e커머스 업체 기업가치는 매출보다 거래액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신고서류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90.8% 증가한 119억7000만달러(13조2000억원)에 이른다. 직매입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2019년 거래액이 17조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거래액이 40% 이상 늘어났을 전망이다.
쿠팡이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고속 성장을 일구면서 작년 한 해 동안 오프라인 유통기업과 e커머스 영역에서 격차도 더 벌어졌다. 지난해 통합 플랫폼으로 출범한 롯데온은 신장률이 시장 평균을 하회했다.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 신장률은 통계청이 밝힌 국내 온라인쇼핑 성장률 19.1%를 크게 밑돈다. 백화점과 마트, 슈퍼 등 7개 사업부 온라인 거래액을 합산한 수치인 점을 감안하면 통합 시너지 효과가 부진했다.
이마트와 신세계 온라인 사업부문을 통합한 SSG닷컴 역시 신선식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거래액이 37% 늘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지만 내심 기대했던 4조원 돌파에는 실패했다. 상대적 열위인 물류센터 케파(CAPA)로 인해 새벽배송 서비스 권역이 수도권에 한정돼 있어 '전국구' 쿠팡과 직접 경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쿠팡은 전국 30개 도시에 150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새벽·익일 배송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췄다.
특히 지난해 미국 아마존과 이베이 매출 신장률이 각각 38%, 19%인 점을 감안하면 쿠팡 매출 성장률은 글로벌 e커머스 기업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통합 플랫폼 시너지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SSG닷컴은 취급 상품수(SKU)가 부족해 쿠팡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반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롯데는 거래액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다. 지난해 성과를 입증한 퍼스트먼데이 등 특가 프로모션 규모를 키우고 릴레이 배송 등 스타트업과 협업한 새로운 형태 배송 서비스도 선보인다. 마케팅에도 주력한다. 이를 위해 내부에서 직접 진행해온 롯데온 디지털 마케팅을 외부 전문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SSG닷컴 모회사 이마트는 시스템 개선과 디지털 전환(DX)에 1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배송 능력를 키우기 위해 오프라인 이마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PP센터도 대폭 늘린다. 온·오프라인 협업을 강화해 e커머스 사업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22% 늘어난 거래액 4조8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작년 롯데온 7.6조·SSG닷컴 3.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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