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빚이 사상 첫 1700조원을 돌파했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추격매수로 대출이 급증하고, 주식시장 활황에 빚내서 투자하는 수요도 급증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5조8000억원(7.9%) 증가했다. 가계신용이 17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4분기 가계신용은 3분기 말(1681조8000억원)보다 44조2000억원(2.6%) 늘었다. 이 증가 폭은 2016년 4분기(46조1000억원), 2020년 3분기(44조6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 기록이다.
작년 연간으로는 모두 125조8000억원 가계신용이 증가했다. 2016년(139조4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4분기 말 현재 잔액은 163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이다. 4분기 증가액(44조5000억원)도 2003년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10조6000억원)은 4분기에만 20조2000억원 불어 증가폭이 3분기(17조4000억원)보다 더 커졌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19조5000억원)도 4분기에 24조2000억원 늘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신용대출 규제에도 증가액은 3분기(22조3000억원)보다 늘었고,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11월 가계 신용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추가 규제 등의 발표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