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 동안 데이터 경제를 주도해 온 조직 중심의 데이터 생태계가 최근 개인 중심 데이터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개인 데이터를 21세기 사회의 모든 분야를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자원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에서 블루버튼 또는 그린버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여러 마이데이터 사례가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마이데이터 정책을 통해 마이데이터 오퍼레이터 개념이 정착됐고, 새롭게 제정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법안에 마이데이터 규정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위원회가 새로운 신용정보 생태계를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선정했고, 올해부터 사업을 시작하면서 일반인도 마이데이터 시대가 도래했음을 느끼게 된다.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기존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핀테크와 빅테크 업체도 포함돼 있다. 금융기관이든 비금융기관이든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으면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 창의 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은 기존의 금융 경쟁 구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훨씬 더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면서 창의 융합서비스에 능숙한 빅테크 기업이 앞으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얘기한다.
창의 융합서비스가 개인에게 매력을 끌지만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될 수 없다면 어떤 개인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조직 데이터 생태계와 달리 개인 데이터 생태계는 관리도 더 어렵다. 보안도 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신뢰도를 다양한 기준으로 체크하고 있다.
그동안 마이데이터글로벌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개인 동의관리와 데이터관리를 강조했다. 최근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중앙 집중 성격의 개인데이터저장소(PDS) 유지를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스마트폰, PC 등 개인용 저장장치에 개인 데이터를 그대로 저장한 상태에서 개인의 동의관리만 관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나아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역할을 마이데이터 중계업자와 서비스업자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유럽에서 설립된 어뉴거버넌스(aNG)라는 글로벌 조직은 이 개념을 '권한 분리'(SoP)라 부르고 있다. 즉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SoP 개념을 통해 마이데이터 생태계 전체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마이데이터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간 경쟁 체계가 유지되면서 고객 중심으로 유연해져야 한다. 초기에는 하나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해 개인이 자신의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관리하겠지만 궁극으로는 다수의 사업자를 통해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관리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사업자에서 다른 사업자로의 전환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즉 마이데이터 사업자 체계도 지금의 통신사업자 체계처럼 진화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개인 단말기를 하나의 통신사에서 다른 통신사로 변경할 때 한 번의 동의로 쉽고 완벽하게 전환될 수 있는 것처럼 개인의 데이터 플로도 동의 한 번으로 사업자 이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상을 정리하면 마이데이터 생태계가 정착해서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매력 만점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신뢰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생태계 구현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위한 개인용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박주석 경희대 교수·마이데이터코리아허브 대표 jspark@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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