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사람, 골퍼와 골퍼를 잇는 플랫폼을 꿈꾼다' 카카오 VX를 이끌고 있는 문태식 대표.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골프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했다. “끌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개발자를 거쳐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과 함께 한게임을 창업하기도 한 문 대표의 이야기를 전한다.
게임 개발자였던 문 대표를 골프 시장으로 이끈 건 호기심이었다. “왜 이걸 안하고 있지?” 남들에겐 당연했던 일도 그에겐 달랐다.
문 대표는 “스크린골프 인기가 높아지던 때였는데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소프트웨어만 내려받아 설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스크린골프에 관심이 생기면서 직접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며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는 스크린골프 프로그램을 개발한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와 인연을 시작으로 그의 삶은 온전히 골프계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하드웨어까지 갖춘 탄탄한 스크린골프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지스윙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로 편입된 뒤에는 본격적인 골프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조금만 다르게 보면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보였는데, 대표적인 게 골프장 예약”이라며 “결국 편의성인데 작은 차이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생각은 곧 현실이 됐다. '카카오골프예약' 서비스 출시 후 단 1년 만에 137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끌어 모았다. 지난 한 해 동안만 30만건에 달하는 골프장 예약을 성사시켰다. 2020년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내 골프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중 1위를 차지했고 구글 플레이가 선정한 '2020년 올해는 빛낸 인기 앱 Best of 2020'에 선정된 건 많이 알려진 얘기다.
꿈과 생각만으로 이뤄낸 결과는 아니다. 당연해진 방식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다. 예약대행 수수료를 받지 않았고 강점인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투명한 예약서비스를 어필한 끝에 골프장 담당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문 대표는 “처음에는 골프장 담당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런 노력을 통해 조금씩 성과를 만들어냈고 골프장 업계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오는 5월에는 개장을 앞둔 '루트 52' 골프장과 손잡고 새로운 서비스도 공개할 예정이다. 골프장의 모든 티타임을 카카오골프예약 앱과 골프장 홈페이지에서 동시에 오픈하고 골프장 홈페이지에서는 카카오계정으로 바로 로그인, 예약이 가능한 서비스라고 그는 소개했다.
작은 차이가 만든 큰 변화를 체험한 문 대표는 골프장 관제·운영 프로그램 개발을 다음 목표로 골랐다. 전혀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작은 차이로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올해 내 골프장 관제를 포함한 운영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골퍼들의 편의성은 물론 골프장 경제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골프장 내 경기진행 관제를 넘어 고객이 골프장에 도착해서 나갈 때까지 운영 효율은 물론 편의성까지 고려한 서비스다.
카카오VX는 골프 용품 시장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카카오 VX 골프용품 브랜드인 '카카오프렌즈 골프'를 통해 선보인 골프볼 R시리즈가 출시 초부터 완판행진을 이어가며 카카오VX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R시리즈 볼 이후 볼은 물론 다른 용품까지 관련 업체들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카카오 캐릭터 파워가 막강한 만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본격적인 유통 사업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건 아니고 캐릭터를 활용한 우리 장점을 활용하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R시리즈 볼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 R시리즈 볼의 성공은 단순히 캐릭터가 예쁜 볼이 아닌 성능 좋은 볼을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이라고 말했다. R시리즈 볼은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골프 국가대표팀 코치를 역임한 배성만 카카오 VX 본부장이 성능 좋은 볼 생산을 위해 해외 제작현장을 직접 챙기며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골프장 예약은 시작에 불과했다. 카카오 VX가 골프 시장에서 만들어내는 '차이'가 어디까지 갈지도 아직 모른다. 익숙했던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변화시키는 문 대표의 발걸음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