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이마트24가 기업과 협업한 맞춤형 매장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24 간판을 떼고 각 회사의 정체성을 부각할 수 있는 명칭으로 정한 것이 특징이다. 기업 입장에선 사내 매점을 편의점으로 전환해 임직원 복지를 개선하고, 이마트24는 유동인구가 보장되는 오피스 입점으로 안정된 수익을 꾀할 수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 편의점 '미니마켓24'를 열었다. 현대카드의 기존 사내 매점인 미니마켓을 이마트24 편의점 포맷으로 리뉴얼한 형태다. 매장 개발과 운영 모두 이마트24가 맡은 직영 매장이지만 정작 간판에는 이마트 브랜드를 숨겼다. 이마트24 브랜드를 부각하기보단 입점 기업의 정체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미니마켓24는 이마트의 노란색 대신 현대카드의 흰색 로고를 살렸다. 그 대신 상품 구색과 서비스는 일반 이마트24 점포와 동일하다. 이마트24 자체브랜드(PB)인 프레시푸드와 와인 매대가 들어섰고, 차별화 상품으로 키우는 애플 정품 액세서리의 매대도 열었다.
이번 미니마켓24는 이마트와 현대카드 간 협업 사례로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 사옥에 미니마켓24가 문을 연 이튿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각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로의 사진을 게시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두 수장의 만남이 양사의 새로운 합작품인 미니마켓24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사의 협업 마케팅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보다 앞서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과 스타벅스는 현대카드 기반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시했다.
이마트24는 미니마켓24 이전에도 기업 이미지에 맞춰 간판을 바꿔 단 매장을 꾸준히 출점해 왔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대웅제약 사내 매점으로 '베어마트', 같은 해 6월에는 우아한형제들 본사 내에 사내 매점 '우아한 매점'을 각각 오픈했다.
이들 매장은 훈련을 거친 발달장애 사원이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일자리 창출 매장이다. 시스템과 상품은 이마트24가 공급하는 형태다.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회 책임을 다하면서 사내 매점을 편의점으로 전환해 임직원 복지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입점 문의가 늘고 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대학생활협동조합 자체 편의점 브랜드 '쿱스켓'을 사용한 이마트24 매장을 국민대 캠퍼스에 선보였다. 쿱스켓 매장 역시 이마트24 시스템과 마케팅, 상품을 적용했지만 간판은 쿱스켓을 사용했다. 쿱스켓의 정체성을 살린 디자인도 이마트24 브랜드실이 직접 담당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디자인 역량과 유연성, 상품 공급점 모델을 바탕으로 이마트24 브랜드를 고집하기보다는 협의를 통해 해당 매장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간판으로 점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