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산업계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한미재계회의(USKBC)를 통해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관한 의견서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전달했다. 개인정보위는 미국 측 의견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산업계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한미재계회의 명의로 개보법 개정안에 관한 우려를 적시한 서한을 개인정보위에 전달했다. 개보법 개정안은 지난해 데이터 3법 개정 과정에서 국민 권리 강화가 입법 과제로 유보되면서 시행 넉 달 만에 2차 개정이 추진된 법안으로 지난달 16일 입법예고가 종료됐다.
미국 측 서한에는 개보법 개정안에 관한 우려사항이 명시됐다. △데이터 국외 이전 중지 명령권이 데이터 전송에 관한 국제 흐름을 방해할 여지가 있다는 점 △비영리단체 등 제3자에 의해 심사권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 △과도한 과징금 부과는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 △데이터 이동권(전송 요구권)이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미국 측은 국경 간 데이터 전송을 금지하는 조항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보법 개정안에 언급된 것처럼 개인정보가 국외로 전송될 수 없게 되면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사실상 영업을 못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 측은 미국 측으로부터 서한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 질문에 여러 차례 답변했으며 이 관계자 역시 수긍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국외 이전 중지 명령권에 관해서는 “데이터가 법을 위반해서 국외 이전이 되는 경우 이를 국가에서 방관할 수 없다는 의미”라면서 “법을 위반한 경우에 한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 신속 명령을 내리기 위한 조항”이라고 했다. 미국 측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데이터는 동의에 의해 국외 이전이 가능하며 동의 외에도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국내와 비슷하거나 높은 국가에는 동의가 없더라도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겼다고 덧붙였다.
비영리단체 등 제3자에게 '준 정부적 역할'을 부여했다는 우려에 관해서는 개인정보처리자 수가 방대한 만큼 위원회가 처리 방침 위반 여부를 모두 들여다볼 수 없어 심사 요청 시 개시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했다.
과징금에 관해서는 비례성 원칙을 천명할 것이라고 했다. 과징금 기준과 규모는 법 위반 정도, 침해된 개인정보 민감성 등을 고려해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데이터 이동권에 관한 조항은 기업 지식재산권에 해당되는 출원 정보, 생체 정보 등이 아닌 개인정보 주체에게 부여하는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재산권 침해 여지가 없으며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모두 이동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 처리 능력, 매출액 등을 고려해 기업이 개인정보 이동 요청에 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보고, 상당한 유예기간 등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미국 측 우려와 질문에 대해 충분히 답변했다”면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