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판매가 불과 두 달 만에 작년보다 1만대 이상 늘며 연초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2월이 자동차 시장의 전통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성장세다. 사상 첫 수입차 30만대 시대 진입도 가시권에 진입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2월 수입차 누적 판매는 4만4611대로 작년 동기(3만4365대) 대비 29.8% 증가했다. 연간 최대 판매 기록(27만4859대)을 세운 지난해 1~2월보다 1만246대 많이 팔았다. 같은 기간 역대 판매 실적 중 가장 높다. 종전 최대치는 2018년 4만1003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라인업 등 국산차 고급화로 수입차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든 데다 서비스 품질 문제가 개선되면서 수입차 선호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판매 추세라면 연간 30만대 시대 진입도 머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차 성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등 독일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5개 브랜드 1~2월 누적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52.7% 증가한 3만2278대로 수입차 시장의 72.4%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도 역대 최고치다.
브랜드별 판매량은 벤츠가 1만1625대로 작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고, BMW가 1만377대로 74.5% 늘었다. 벤츠와 BMW 판매 격차는 1248대까지 좁혀졌다. 아우디는 259.3% 급증한 4664대로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폭스바겐(3019대)은 22.6% 늘었고 포르쉐(1593대)도 191.2% 성장했다.
브랜드 간 양극화는 심화됐다. 독일 브랜드와 볼보, MINI를 뺀 나머지 유럽 브랜드들은 모두 하락세다. 볼보는 18.3% 늘어난 2400대, MINI는 24.3% 증가한 1607대를 기록했다. 반면 랜드로버(654대)는 34.7% 줄었고 푸조(154대)는 44.8%, 재규어(119대)는 21.7% 하락했다.
지프와 쉐보레 등 미국 브랜드도 주춤하다. 미국 브랜드 판매량은 4760대로 작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지프가 23.9% 증가한 1125대를 팔아 선방했으나, 쉐보레(1923대)와 포드(781대)가 21.4%, 35.8% 하락했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브랜드 역시 판매가 줄고 있다. 일본 브랜드 판매량은 2346대로 작년 동기 대비 21.0% 감소했다. 토요타(814대)가 12.7%, 혼다(412대)가 40.4% 줄었다. 렉서스(1120대)만 유일하게 13.8% 판매를 늘렸다.
독일 브랜드 신차들은 올해 수입차 30만대 진입을 좌우할 전망이다. 벤츠가 올해 계획한 9종의 신차 가운데 이달 완전변경을 거친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가 가장 눈길을 끈다. S클래스는 1억원이 넘는 고가 모델임에도 해마다 6000대 이상이 팔릴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
BMW는 국내 고객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1위 탈환에 도전한다. 5시리즈와 3시리즈 등 주력 세단은 물론 X1부터 X7까지 모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이 고른 판매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고성능 M 모델 도입을 확대한다.
전기차 시장 경쟁도 본격화된다. 벤츠가 GLA 기반 SUV 전기차 EQA와 S클래스급 세단 전기차 'EQS'를 선보인다. BMW는 전용 전기차 iX와 SUV 전기차 iX3를 내놓는다. 아우디는 e-트론 스포트백을 시작으로 e-트론 S 스포트백, e-트론 GT까지 3종 출시를 계획했다.
판매 성장에 발맞춘 서비스 품질 향상도 계속 추진한다. 벤츠는 지난해에만 14개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신규 개장하거나 리뉴얼했다. BMW는 6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2만대를 소화하도록 평택 차량물류센터를 확장한다. 아우디도 지난달 안양에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추가하는 등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