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이중연료추진선 수주 늘지만 엔진 로열티 '줄줄'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이중연료추진 선박 수주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엔진을 라이선스(면허증)에 의존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로서는 라이선스 독립이 사실상 불가해 수소·암모니아 선박 같은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 가운데 독자적으로 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이중연료추진 엔진 기술을 보유한 곳은 현대중공업에 불과하다.

현재 이중연료추진 선박 엔진 시장은 세계적 엔진 제조사인 MAN과 WIN D&D가 양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 ME-GI 엔진과 X-DF 엔진 등 이중연료추진 엔진을 상용화, 관련 시장을 장악했다. ME-GI 엔진은 완전 연소(Diesel Cycle) 구조다. 불완전 연소(Otto Cycle) 구조인 X-DF 추진엔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2%포인트(P)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9년 울산 본사에서 힘센엔진 신모델을 시운전하는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9년 울산 본사에서 힘센엔진 신모델을 시운전하는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은 불완전 연소 기반 힘센엔진을 상용화했다. 2019년에는 최대 출력 3만6000마력인 신모델(H54DF)을 개발했다. 하지만 힘센엔진은 중형 선박이나 발전용에 쓰이는 보조기관이다. 선박 추진용인 2행정 엔진 기술은 MAN, WIN D&D과 라이센스를 통해 기술 제휴로 생산한다. 국내에선 HSD엔진이 경쟁사다.

반면에 국내 조선사들은 이중연료추진 선박 수주를 늘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에만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0척을 총 1조1000억원에 수주했다.

하지만 이중연료추진 엔진 기술력이 없다 보니 로열티 지출이 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엔진 제조사들은 엔진 가격의 5~8%를 MAN, WIN D&D 등에 라이선스 비용으로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이중연료추진 엔진이 대당 수백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척당 빠져나가는 로열티는 최소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규제로 이중연료추진엔진 선박 수주가 지속 늘 것이라는 점에서 누계 로열티 지불액은 10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독자 이중연료추진 엔진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산화해도 선주들이 미검증 국산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엔진 시장이 라이선스 회사와 제조사 분업 체제로 자리 잡은 점도 한 요인이다.

업계에선 수소·암모니아 선박 등 친환경 신기술을 적용한 선박 기술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도 친환경 선박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LNG 등 가스연료를 활용한 이중연료추진선 이후 미래 선박 시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암모니아나 수소 같은 다양한 추진에너지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