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과 의료를 결합한 디지털치료제(DTx) 개발 지원 연구를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거운 DTx 개발에 국내 게임업계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다. 게임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극복하고 활용 범주를 의학 영역으로 확대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안에 'DTx로서 게임 활용 방안 연구' 사업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국내 게임사가 DTx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 초기부터 게임 출시까지 전 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이 목적이다.
우선 게임 기반의 DTx 개요와 유형, 국내외 동향과 규제 등 일반적인 문헌 조사를 실시한다. 이와 함께 DTx 개발 및 이용과 관련된 게임계, 의료계, 법조계 등 유관 업계 종사자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개발 수요, 처방 의향, 인식 등을 조사한다.
향후 게임사가 의료 전문가를 찾을 수 있도록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임상을 거쳐 승인을 받을 때까지 장기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관련 규제 개선이나 특허·저작권과 같은 법률 문제에 대한 컨설팅 지원도 고려한다.
박혁태 콘진원 산업정책팀장은 “게임사-플랫폼-이용자 중심의 기존 게임 산업 육성 방식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지원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실제 활용 방법을 모색해 게임을 질병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극복하고, 게임 활용 범주를 의학 영역으로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DTx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SW) 기반 치료제다. 의료 기술 시장의 새로운 동향으로, 아직 정립되지는 않은 분야다. DTx는 과학적인 근거와 엄격한 치료 효과 검증, 규제기관 인허가를 거쳐 의학 치료를 제공한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이 어려운 뇌신경계와 신경정신과 질환, 약물 중독 등 분야에서 효용성이 있다. 체내에 직접 작용하거나 흡수돼 쌓이는 것이 아니어서 부작용 가능성이 옅다. 약물이 지원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DTx는 기능성 게임과 같이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 요소와 원리를 게임이 아닌 영역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미국 아킬리의 '인데버 아르엑스'가 대표적이다. 인데버 아르엑스는 게임 '뉴로레이서'를 모델로 개발됐다.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세계 DTx 시장이 2018년 21억2000만달러(약 2조6063억원)에서 연평균 19.9% 성장해 2026년에는 96억4000만달러(11조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DTx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개발 초기 단계여서 풀어야 할 법·제도 규제가 많다.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려면 보험사, 제약회사 등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재해 있다.
한덕현 중앙대 교수는 “DTx가 질병 치료에 기여할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널리 채택되는 과정은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실생활에 안정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디자인, 임상 기준, 유용성, 정보 보안 등 기술적인 면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