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F-페이스 SVR'는 우람한 덩치에도 스포츠카 수준의 폭발적 가속력을 보여줬다.
F-페이스는 재규어가 2015년 최초 공개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다. 'SVR'는 재규어가 만드는 고성능 모델로 F-페이스 SVR는 2018년 처음 출시됐다. 고성능 및 럭셔리 차량, 개별 주문형 차량을 담당하는 재규어 랜드로버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즈(SVO)'이 개발·제작했다.
시승차는 2020 F-페이스 SVR다. 최근 재규어가 2021 F-페이스를 공개하고 상반기 내 출시한다고 밝혔으나 SVR 연식변경 모델의 국내 출시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F-페이스 SVR 디자인은 재규어 스포츠카 'F-타입'과 비슷하다. 전면은 재규어 패밀리룩이며 리어 램프도 F-타입과 디자인이 같다. 전면 및 측면 펜더 벤트의 공기 흡입구는 에어로다이내믹을 개선에 도움을 준다. 낮은 차체와 보닛 디자인은 고성능 모델이라는 인상을 준다.
F-페이스 SVR가 F-페이스와 구별되는 특징은 폭발적 힘이다. F-페이스 3.0 가솔린 모델은 6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380마력을 뿜어내는 반면, F-페이스 SVR은 5.0ℓ V8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9.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3초, 최고속도는 283㎞/h에 달한다.
F-페이스 SVR도 에코 모드를 지원하지만 사용을 추천하진 않는다. 에코 모드로 주행하면 RPM 2000 위로 올라서는 일이 적다. 무거운 차량 중량에 힘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F-페이스 SVR는 다이내믹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며 주행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시프트 다운하며 가속페달을 밟으면 강렬한 배기음을 뿜어내며 쏘아져 나간다. 가속페달에 밟으면 일체형 퍼포먼스 시트에 몸이 파묻힌다. 고성능 세단과 스포츠카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다. 코너링에선 시트 측면 볼스터가 몸을 단단히 고정한다.
가속 시 배기음은 예상보다 실내로 크게 유입됐다. 짜릿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는 데 있어 부담스러운 요소이기도 하다. '액티브 스포츠 배기 사운드 시스템' 활성화 버튼은 기어 노브 아래에 위치한다. 버튼 방식의 드라이브 모드 콘트롤러는 조작이 힘들었다.
코너링 시 토크 배분을 최적화하는 '전자식 리어 액티브 디퍼렌셜'도 탑재했다. 전·후방의 내측 휠이 독립적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IDD) 기능은 향상된 접지력과 주행 안전성 제공해 언더 스티어링을 최소화한다.
운전자는 '마이 다이나믹 설정'을 통해 다이나믹 모드의 엔진, 스티어링, 기어변속, 서스펜션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랩 타임을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될 '스톱워치' 기능도 갖췄다.
방지턱을 넘을 때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고르지 못한 구간을 지날 땐 운전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인지 차량이 크게 흔들리는 편이다. 노면 진동이 크게 느껴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F-페이스 SVR는 반자율주행 기능도 지원한다. 에코 모드로 연비를 극대화할 때 유용하다. 앞차와의 간격을 계산해 속도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차선 유지 어시스트'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정체 구간에서 운전 피로도도 줄일 수 있다. 앞차와 거리를 계산해 미리 속도를 줄이지만 급작스럽게 차량이 끼어들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는다. 차선 변경에 도움을 주는 '사각지대 어시스트' 기능, 주차 시 유용한 '360도 서라운드 카메라'도 장착했다.
차량 정지 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되는 '오토홀드'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기어노브에서 '주차(P)' 버튼을 누르는 방식을 사용해야 해 번거롭다. P 버튼을 누르더라도 정차 시 엔진 시동을 꺼 연비를 높이는 '스톱앤고(ISG)' 기능을 유지됐다.
트립 컴퓨터가 표시하는 연비 단위는 생소했다. ㎞/ℓ가 아닌 ℓ/100㎞ 단위를 사용한다. 다이내믹 모드와 에코 모드를 섞어 주행하자 7.2㎞/ℓ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공인 연비는 복합연비 7.7㎞/ℓ, 도심 6.8㎞/ℓ다.
2열 무릎공간은 주먹 3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패밀리카로 부족함이 없는 크기다. 시트를 뒤로 젖히는 리클라이닝은 지원하지 않는다. 시트 각도는 102도 정도다. 2열에서도 USB 포트와 열선시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만족스러운 건 파노라마 선루프다. 2열 탑승자에게 개방감을 선사한다.
스포츠카와 같은 퍼포먼스를 자랑하지만, SUV 특유의 넉넉한 공간도 자랑한다. 트렁크 용량은 650ℓ이며 2열을 접을 경우 1099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낮은 경사가 있다. 공간은 성인 남성이 누워도 트렁크 문을 닫을 수 있을 정도다. 우측에는 12V 시거잭이 위치한다. 가격은 1억2650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