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배달앱 개발 시동…IT 인력 채용 돌입

빠른 정산 결제·금융 영업망 적극 활용
향후 배달기사 대상 금융상품까지 확대
배달앱 업계 "단기 시장 파급력 제한적
은행권 후속 진출 땐 인력 유출 등 주시"

신한은행, 배달앱 개발 시동…IT 인력 채용 돌입

신한은행이 비금융 서비스 플랫폼 첫 진출인 '배달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본격화한다. 고객에게는 기존에 없던 맛과 배달을, 음식점 업주에게는 더 저렴한 영업 기회를 제공해 고객 일상생활에 녹아드는 금융 서비스를 목표로 잡았다. 빠른 정산 결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대안적 신용평가모델 등 기존 배달앱 사업자가 아직 진출하지 못한 영역에서 입지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KAIST를 포함 각 대학에 O2O(배달앱) 구축 운영 전문인력 채용 공고를 내고 정보기술(IT) 인력 확보에 돌입했다. 선발된 인원은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부에서 근무하며 새롭게 추진 중인 배달앱 서비스 개발업무를 맡는다.

모집 분야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자금정산 기획/개발, 사용자경험(UX) 기획, 영업관리 부문이며 채용 규모는 미정이다. △카드사 △페이 △밴(VAN) △모바일 서비스 △커머스 영역에서 3~5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력을 채용 우대하는 조건을 달았다. 시중 배달앱 업계 인력을 흡수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배달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기존 배달 플랫폼 정석을 따르면서도 금융 DNA를 녹여 차별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반영해 UX 기획 인력은 '기존 서비스에 대한 개선 인사이트'를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제시 가능한 역량이 요구된다. 영업 인력 부문 모집에서는 커머스 기업 외에도 카드사 가맹영업 경력도 우대한다. 배달앱 가맹점 확대에 기존 금융 영업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면전 대신 배달앱 업체들이 아직 공략하지 못한 사각지대 영업을 노린다.

장기적으로는 약 20만명에 달하는 배달기사(라이더) 대상 금융상품을 점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시장 급성장으로 연간 1억원 수익을 올리는 배달기사도 나오고 있지만, 안정된 직장과 고정된 수입이 없어 대출 이용이 어렵다는 점을 공략한다.

현재 대부분 배달기사들은 시중 은행권 대출 상품을 이용하지 못해 정책대출이나 자체 공제회 기금 등을 활용하는 형편이다. 은행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은 금융이력은 부족하지만 상환여력은 있는 신파일러다.

은행권 배달앱 시장 진출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와 핀테크·빅테크 기업 간 규제 차익 해소 의지를 밝히면서 물꼬를 텄다.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앞서 신한은행 배달앱 사업은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아 규제 특례를 받게 됐다. 7월부터 서비스 개시가 가능하지만 정확한 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배달앱 업계는 신한은행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입지가 공고한 데다 금융 앱 기반 서비스가 소비자 관점에서 뚜렷한 메리트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 이후 은행들의 진출이 이어질 경우 개발인력 유출, 몸값 상승 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