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대 전기차 도입한다던 우정본, 1300대로 끝?...업계 '소송 검토'

올해 발주물량 300대…일방적 발표
ABS·안전장치 장착도 추가 요구
中企 "수억~수십억 피해 불가피"

우정사업본부가 올해 300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키로 했다.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물량에 관련 업체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우본은 애초 올해까지 1만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1000대 도입 후 지난해부터 도입 계획 재검토를 이유로 지난해에는 발주하지 않았다.

이후 국회 등에서 우본의 정책 이행을 문제 삼자 자체 '사업 타당성 용역'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도 300대 발주에 그치며 총 1300대만 발주, 계획보다 8700대의 차질이 빚어졌다.

1만대 물량에 맞춰 생산시설 확충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초고형 전기차 1만대 보급·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기차 시승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초고형 전기차 1만대 보급·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전기차 시승을 준비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우본이 24일 열린 우편사업용 '초소형 전기차 사업 성과분석 설명회'를 통해 올해 발주 물량을 300대로 확정했다. 우본의 애초 계획대로라면 2019년에 1000대, 2020년 4000대, 2021년 5000대 등 올해까지 총 1만대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물량은 2019년 1000대를 합쳐 1300대에 그치게 됐다.

이를 믿고 생산시설과 관련 기술 개발, 인력 확보 등 업체별로 수십억~수백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기업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발주 물량도 수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더 투입해야 하는 안전장치를 추가로 요구했다. 우본은 새 입찰 기준에 미끄럼방지제동시스템(ABS)·에어백 장착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차량에 최적화된 에어백 개발은 최소 3억~4억원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업계 A 대표는 “300대 물량에 복수기업을 선정하는 사업에서 수억원의 개발비를 추가 투자하라는 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도”라면서 “초소형 전기차에 에어백 장착은 국토교통부 기준에도 없고, 다른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규정에는 최고속도 80㎞/h인 초소형 전기차의 ABS·에어백 장착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날 우본은 설명회에서 향후 1만대 도입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에 참석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이날 사업 타당성 용역보고서 전문도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만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정부의 1만대 보급 계획이 1300대로 축소한 것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안전성에 대한 근거 역시 크게 부실했다”면서 “우본 사업만 믿고 생산 라인, 인원 등을 투자한 만큼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본은 지난 2018년 집배원 안전사고 감축과 근로 여건 개선을 이유로 초소형 전기차 1만대 도입을 선언했다. 국가 보조금 등의 예산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가 협무협약도 맺었다. 이후 '초소형 전기차 개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업계와 10여 차례 개발 등의 협의를 진행하며 보급 사업을 추진했다.

우본 관계자는 “초소형 전기차 1만대 보급은 담보할 수 없지만, 올해 300대 도입 후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며 “에어백·ABS 장착에 관해 업계 입장은 이해되지만, 집배원의 안전을 담보로 안전장치가 보완되지 않은 차량을 추가로 보급할 수는 없고, 이미 2018년부터 업체들과 논의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본 측은 이번 용역보고서 공개에 관해 제작업체에 한해 전문을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마스타자동차, 대창모터스, 쎄미시스코, KST일렉트릭, 캠시스, 르노삼성, 지누에스엠씨 등이 참석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