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길막' 에버기븐號, 글로벌 입항 거부 움직임

에버그린호. [사진= 연합뉴스 제공]
에버그린호. [사진= 연합뉴스 제공]

수에즈 운하를 '길막'한 에버기븐호가 향후 세계적으로 입항 거부될 지 주목된다. 독일 등 유럽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버기븐은 이번까지 총 두 차례나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에버기븐은 정상 항로로 복귀했으나 수에즈 운하 정상화까진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돼 산업계 악영향이 우려된다. 글로벌 선사들은 희망봉으로 우회에 나섰다.

30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은 에버기븐호에 대해 입항 거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기븐은 모래폭풍 등 자연재해 뿐 아니라 정전 등 기술 결함 조사 등을 받고 있다.

독일은 에버기븐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고 이 같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에버기븐이 사고를 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2월 함부르크항에서 출항하다 인근 블랑케네제 페리 정류장을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유럽 교역 핵심 통로다. 이 곳 물동량은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수에즈운하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물동량은 약 12억톤에 달했다.

에버기븐은 정상 항로로 복귀했다. 에버기븐이 엔진 가동을 시작, 이동을 준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인근에서 통행 대기 중인 선박은 450척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화까진 약 3.5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수에즈 운하 정상화까지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유럽은 아시아에서 전자소재 등을 수입하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의 경우 주력 산업이 자동차이기 때문에 피해가 막심할 수 있다.

글로벌 선사들은 수에즈 운하 우회에 나섰다. 우리나라 HMM과 덴마크 머스크 라인이 각각 선박 4척, 15척을 남아공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한다. 독일 최대 컨터이너 선사인 하파크로이드도 이를 고심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360m 길이 대형화물선 뉴욕 익스프레스 등 6척이 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기븐 자매 선박인 에버그리트호도 희망봉을 경유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희망봉으로 우회한다 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한다. 운항 기간이 약 7~10일 지연되기 때문이다. 중동 원유를 유럽으로 실어나르는 유조선들은 추가 부담 연료비만 약 3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항공 운임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에즈 운하 사태로 중국~유럽 노선 운임이 1년 전 대비 4배 이상 폭등했다. 수출 기업은 수에즈 운하 정상화까지 해운 대신 항공 운송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 기업들의 생산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면서 “국제 유가 등 단기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