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지주사, 독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나선다

지분참여 탈피해 직접 경영 주도
100% 자회사 형태로 설립 전망
금융당국과 논의...긍정적 검토
제4 인터넷은행에 참여 확실시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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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지주사 세 곳이 인터넷전문은행 독자 설립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기존 금융사는 카카오 및 KT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에 일부 지분을 얹는, 발만 담그는 형태였다.

그러나 디지털 채널 부상 등으로 금융서비스도 플랫폼 기반으로 급변하자 금융사가 인터넷은행 직접 설립에 의견을 모으고 내부 협의를 시작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영역에 기존 금융사의 참여도 확실시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대형 지주사 몇 곳이 인터넷전문은행 독자 설립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주 차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은행연합회 주도로 금융당국과 논의를 시작했다. 실제 은행연합회는 금융지주사 대상으로 의견 수렴 작업을 끝냈다.

[단독]금융지주사, 독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나선다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별도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짜기 위해 관련 회의를 두세 차례 진행했고 두 곳의 지주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지주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별도 협의체(태스크 포스) 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레거시 금융인 지주사 및 은행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사와 은행연합회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ICT 기반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하면 기존 금융사의 경우 판관비, 인건비 등 비용 수준이 현저히 높다. 몸집 줄이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해지면서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내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자체 혁신을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기존 금융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에도 전통 금융사의 라이선스 획득에 힘을 싣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형 지주사와 은행들이 빅테크에 대응해 별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을 독자 설립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지주사 및 은행의)인터넷전문은행 독자 설립은 정부 허가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도 “금융당국이 이 사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전통 금융사의 진입 움직임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디지털 금융 부문에서 공정한 경쟁 생태계 조성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금융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독자 설립을 추진한다면 전향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라이선스 사업이어서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단독]금융지주사, 독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나선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금융지주사, 은행이 인터넷은행 독자 설립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까진 ICT 기업이 주도해서 인터넷은행을 이끌었다면 이제부터는 기존 금융사 주도로 이커머스, 통신사 등을 끌어들여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면서 “기존 금융사들이 나선다면 (전방위로) 열어 두고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지주사,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경우 100% 자회사로 설립할 공산이 크다.

현재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을 9%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케이뱅크 지분 26%를 보유했다.

그러나 경영 참여가 없는 지분 투자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사가 주도하는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구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금융사는 이미 자사 모바일뱅킹을 운영하고 있어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설립으로 차별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카뱅, 케뱅에 이어 올해 토스뱅크까지 출범을 앞두고 있어 기존 금융사가 혁신에 크게 뒤질까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다만 과거에 비해 은행들도 자사 모바일뱅킹 수준을 많이 끌어올린 상황으로, 추가 인터넷은행 설립은 전력 분산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단독]금융지주사, 독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나선다

과거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해 SKT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전력도 있다. 그러나 기존 금융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독자 설립할 경우 현재 빅테크가 주도하는 금융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감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레거시 금융사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면 디지털 인력을 70% 이상 채우는 등 기존 금융사가 진행하는 모바일뱅킹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은행이 탄생할 것”이라면서 “기존 자사의 모바일뱅킹과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을 경쟁시켜서 자체 혁신을 끌어내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