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에서 특정 솔루션(제품)을 지정해 통합 발주하는 행태에 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업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특정 제품 구매비로 정해져 IT서비스 업체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설 등을 위해 특정 솔루션이 필요하다면 직접 구매나 분리 발주를 하고, 부득이하게 통합 발주를 해야 한다면 그에 따른 제반 경비를 책정해 달라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5일 IT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주된 '국방인사정보체계 고도화 기반운영환경 구축사업'은 특정 데이터베이스(DB)와 스토리지 등 특정 제품의 벤더 종속 요건이 제안요청서(RFP)에 포함돼 통합 발주됐다.
해당 사업은 기존 시스템 증설이 전체 사업 예산의 과반을 차지한다. IT서비스 업계는 사업 예산 절반이 특정 제품 구매에 사용되기 때문에 제품 선정 절차 등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발주한 '제1차 범정부 정보자원 통합구축사업'(4개 사업 별도)은 특정 벤더와 기술협약서(물품공급 및 기술지원 확약서)를 체결, RFP에 해당 제품 도입을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달 발주가 예상되는 2021년도 사업 역시 같은 방식으로의 발주가 예상된다.
IT서비스 업계는 시스템 증설 등에서 특정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경우 발주처가 직접 구매나 분리발주 방식을 택해야 그나마 수익성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체 예산에서 고정된 제품 구매비를 분리해야 SI 사업만 놓고 수익률을 논의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수요기관 사정으로 인해 특정 제품을 통합 발주해야 한다면 그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예산에 책정해 주길 희망했다.
중견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특정 벤더가 제품을 설치하더라도 IT서비스 업체가 이를 관리하고 사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제반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이 비용이 전체 예산의 15~20% 들기 때문에 예산 책정 시 이를 반영해 서비스 사업자가 적정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시스템 개발(SI 프로젝트) 비중이 높은 대형 IT서비스 기업보다 주로 제품 도입 사업이 많은 중견·중소 IT서비스 업계가 겪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발주처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검토해 보겠다는 말뿐 실제로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IT서비스 업계는 전했다.
공공 발주 담당자들은 특정 제품 지정은 기존 시스템 증설에만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신규 사업에 독소조항을 담는 경우는 없으며, 통합발주는 사업 일관성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워낙 시스템 규모가 크고 도입 솔루션이 많아서 발주처가 이를 일일이 별도 구매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사업 일관성이나 관리 효율성 측면에서도 IT서비스 업체가 담당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품 비용을 책정할 때는 설치 비용까지 모두 포함하는데 IT서비스 업체에 추가 제반 이용이 든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