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자동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주요 부품은 글로벌 티어1 회사들의 부품을 사용해 품질도 뒤처지지 않는다. 최적화 역량이 일부 부족하지만, 파괴적 가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법하다. 반자율주행을 비롯한 최첨단 사양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은 만족할 수준이다.
신원CK모터스가 수입하는 동풍소콘 '2021 펜곤 ix5(이하 ix5)'를 시승했다. 동풍소콘은 중국 동풍자동차그룹의 수출 특화 브랜드다. ix5는 쿠페형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이른바 '대륙의 포르쉐'로 불리는 차량이다. 실제 차량 후면과 차량 키 디자인이 포르쉐와 유사하다.
ix5의 국내 판매 모델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트림이 아닌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춰 옵션을 선택해 넣은 새로운 전용 트림이다. 신원CK모터스는 지난 2019년 말 국내 ix5를 국내에 소개, 높은 가성비로 완판하기도 했다.
연식변경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바뀌면서 디자인이 더 이뻐졌다. 기존의 일자형 그릴은 도트형 그릴로 바뀌어 이전보다 세련된 모습이다. 도트 문양이 중앙에 위치한 동풍소콘 엠블럼으로 모이는 형상이다. 취향에 따라 18인치 휠이 아닌 19인치 휠(245/45R)도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모두 LED다. 코너링 주행 시 주행 방향이 안개등이 켜지는 코너링 램프를 지원하고, 야간 하차 시 편의성을 위한 LED 퍼들램프도 장착했다. 방향 지시등은 순차적으로 점멸돼 고급스러워 보이는 시퀀셜 방식이다.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날렵하게 깎인 루프다. 루프가 낮지만 2열이 불편하진 않다. 2열 시트를 낮게 설계해 머리가 천정에 닿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은 크게 흠잡을 게 없다. 시승 중 여의도역, 당산역 인근에 주차했을 때 행인들이 차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서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체 크기는 현대차 '싼타페' 급이다. 크기는 전장과 전폭이 각각 4685㎜, 1865㎜, 전고는 1645㎜다. 앞뒤 바퀴 간 거리인 축거도 2790㎜에 달해 넉넉한 실내 공간을 만들어낸다. 1열 운전석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도 2열 무릎공간에 주먹 2.5개는 들어간다.
ix5 파워트레인은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무단변속기(CVT) 조합이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도심 주행이나 일상 주행을 하는 데는 부족함 없는 수준이다.
실제 100㎞/h까진 무난히 속도가 올라갔다. 120㎞/h 이상에선 속도를 더 올리는 데 힘에 부치는 느낌을 줬다. 부드러운 가속 주행감을 원한다면 스포츠모드로 가속하지 않고 노멀모드로 바꿔 기어를 한 번 내려줘야 한다. 스포츠모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ix5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 9.8㎞/ℓ(도심 8.9㎞/ℓ, 고속도로 11.1㎞/ℓ)다. 실제 주행에선 최고 12.3㎞/ℓ를 기록했으며 10㎞/ℓ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시승 간 교통 체증 상황은 없었다.
주행모드는 '노멀' '스포츠' '윈터' 세 가지를 지원한다. 기어노브를 우측으로 밀면 스포츠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윈터모드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더라도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신호등 정차 시 발목 피로도를 줄여주는 오토홀드 기능 등도 지원한다.
가속 시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되거나 노면 진동이 심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바퀴가 위치한 차체 안쪽은 플라스틱이 아닌 부직포 재질이기에 이물질이 튈 때 발생하는 소음을 흡수한다. 다만 고속 주행 시 바람 소음은 있는 편이다. 전면 유리는 이중접합유리지만 1열 양측면 유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은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을 잘 흡수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 방식 및 보조 등 반자율주행 기능은 지원하지 않으나 일반 크루즈컨트롤 기능은 탑재했다. 조작 레버는 운전대 왼쪽 아래에 위치한다.
ix5는 전장이 길어 트렁크 공간도 넓다. 2열을 접으면 성인 남성도 트렁크 문을 닫고 충분히 누울 공간이 나온다. 풀 플랫에 가까운 수준으로 차박을 하는데 적합하다.
에어컨과 히터 등 공조 기능은 터치 방식이라 최신식 느낌을 준다. 풀HD 전면 블랙박스를 내장형으로 지원하고 하이패스 일체형 ECM 룸미러도 기본 사양이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나파가죽은 차량을 고급스럽게 보이게 했다.
모든 좌석의 창문은 세이프티 파워 윈도다. 팔이나 손이 끼어 다칠 위험이 없다. 트렁크도 전동식 세이프티 파워트렁크다. 사람이나 물건이 감지되면 다시 열린다. 열리는 높이를 메모리 기능을 활용해 저장할 수도 있다.
ix5의 가장 불편한 건 내비게이션 부재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 플레이'도 지원하지 않아 별도로 스마트폰을 거치해야 한다. 신원CK모터스는 국내 출시 모델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준비 중이다. 열선 스티어링 기능과 통풍시트 기능이 없는 것도 아쉽다.
차량에서 눈에 띄는 단차는 찾을 수 없었다. ix5는 중국 동풍소콘의 자동화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부품에서 원가를 절감하기보다 인건비를 절감해 가격을 낮췄다. 품질이 낮지 않다는 의미다. 가격은 2580만원이다.
ix5를 비롯한 중국 차량들이 최첨단 기술 측면에선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갖춘 건 사실이다. 가성비를 우선시한다면 ix5도 구매를 고려해볼 법하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