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뇌연구 분야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2011년 설립된 한국뇌연구원(KBRI·원장 서판길)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뇌분야에 관한 연구 및 지원 기능을 수행하고, 뇌분야에서 산·학·연간 유기적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발전한다'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뇌연구촉진법이 뇌연구원 설립 근거다. 지난 10년간 뇌 분야 다양한 기초연구결과물을 도출했고, 국내외 산학연 협력을 이끌어냈으며 우리나라 뇌과학 대중화와 문화 확산의 중심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 2단계 신청사(우뇌동)를 착공했고, 조만간 뇌연구실용화센터 공사도 본격화된다. 그동안 축적한 다양한 연구성과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래 10년 글로벌 뇌연구 선도기관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다.
뇌는 인류과학 최후의 영역이다. 어떤 과학영역보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는데다 정신, 마음, 의식과 연결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 뇌 어딘가에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뇌연구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통해 인간 존엄성을 유지시켜주는 미래에 가장 기대되는 분야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선진국들이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선포하고,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뇌 원천 및 응용기술을 개발해 향후 글로벌 뇌관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뇌연구 전문기관인 뇌연구원을 설립했다.
뇌연구원에는 현재 132대 중대형 뇌연구장비와 사후 뇌기증수 150례, 뇌질환 모델동물 93계통 등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0년간 뇌작동 원리 해석·뇌질환 병인 규명 등 기초연구에서 괄목할만한 연구성과를 이끌어 냈다. 신경회로, 신경·혈관단위체, 감각·운동시스템, 인지과학 등 8개 그룹이 자율·수평적 연구개발(R&D)을 추진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다. 단순 기초연구를 넘어 학제간 협력중개연구를 강화한 결과다.
각 연구그룹이 주관해 국내외 핵심 연구자가 참석한 가운데 중개 및 역중개 연구기반 구축을 위한 소통과 공유 워크숍을 수시로 열고 있다. 글로벌 연구·개발자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기초-응용-임상-개발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학제간 협동연구를 통한 선순환 중개연구가 핵심 연구전략이다. 대규모 데이터 확보·분석기술과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연구역량을 고도화하는데 있다. 기초연구결과를 분석해 AI 기반 심층분석, 진단·치료기술개발, 임상과 임상결과 분석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학제간 선순환 구조를 통해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0년간 SCI급 논문은 284편을 했다. 특히 2018년 SCI급 논문은 32편에서 지난해는 81편으로 급증했다. 특허기술은 총 24건을 등록했고, 7건의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이는 기초원천기반 뇌연구 1단계 인프라(좌뇌동)에서 끌어올린 연구성과다.
뇌연구원은 지난해 8월 응용연구의 핵심 인프라가 될 2단계(우뇌동) 공사를 시작했고, 다음달에는 상용화연구의 중심역할을 수행할 뇌연구실용화센터가 착공에 들어간다.
대구시 280억원, 국비 7억5000만원 등 총 사업비 287억5000만원을 투입, 연면적 1만1055㎡ 규모로 건립 중인 우뇌동은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뇌 응용 및 심화연구를 위한 핵심 인프라다.
뇌연구실용화센터는 국비 189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5715㎡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정부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 가운데 바이오헬스 분야 혁신성장 구현을 위한 뇌연구기반 의료바이오산업 실용화 기반 마련이 목적이다. 오는 2023년 3월 준공 예정이다.
우뇌동과 뇌연구실용화센터가 건립되면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우뇌동), 산업화(뇌연구실용화센터)로 이어지는 뇌연구 생태계가 확립된다. 특히 뇌영상-분자-행동 정보통합분석을 통한 기초, 임상, 의공학 융합 중개협력연구, 데이터분석연구 등 기존 1단계만으로 한계였던 실용화를 위한 융합연구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지금까지 뇌영상 분석, 분자정보분석, 인간행동을 분석하는 기초연구였다면 이제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데이터 분석으로 산업계와 연계한 뇌연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양한 뇌질환 예측과 맞춤형 치료 등 사회 대응 연구와 뇌산업을 위한 상용화 연구의 전진기지로서 면모를 갖추며, 세계 최고 수준 글로벌 뇌연구 선도기관의 위상을 정립하는 토대가 된다.
뇌연구원은 뇌연구 생태계를 완성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R&D를 실현하겠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뇌연구 관련 기술의 산업화로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창출해 지역을 넘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고용을 늘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협력 및 공동연구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제3대 서판길 원장이 취임하면서 집중하는 분야이다. 지난 3월엔 세계 최고 수준 글로벌 분석 솔루션개발사 미국 애질런트사와 협력, 뇌지표분석센터를 개소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뇌연구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꼽히는 뇌지질체 연구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에는 12명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학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과 협약을 맺고 고령화시대 퇴행성 뇌질환 퇴치를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막스플랑크 실험의학연구소, 호주 분자생물공학연구소, 미국 존스홉킨슨대 리버뇌발달연구소, 일본 니가타대 뇌연구소 등 해외 11개 뇌관련 연구기관과 뇌연구 인프라를 연결했다. 이들과 협력 연구를 통해 뇌연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기획:한국뇌연구원 전자신문
[2단계(우뇌동)와 3단계(뇌연구실용화센터) 건립 현황]
[한국뇌연구원 비전과 추진전략]
[한국뇌연구원 연구로드맵]
[한국뇌연구원 인프라 구축 로드맵]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