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집콕이 일반화하면서 취미로 게임을 즐기는 일상이 어색하지 않다. 특히 게임만을 전용으로 구동시키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 콘솔'(이하 콘솔 게임기)은 어린이나 마니아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닌텐도 스위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나 플레이스테이션 '저스트 댄스' 같은 진입장벽이 낮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평소 게임에 큰 관심이 없던 유저층을 끌어들이며 대중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9세대'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이하 XSX)는 역대급 판매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 게임 통계 전문 매체인 'VG차트'에 따르면 PS5는 출시 18주 만인 지난 3월 13일까지 629만6634대가 판매됐으며 XSX(엑스박스 시리즈 S 포함)는 404만62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PS5는 1억1500만대를 판매하며 명실상부 소니의 생명줄이 되어줬던 전작 플레이스테이션4와 비슷한 판매 속도이며 수요량에 비해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음에도 현재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XSX 역시 역대급 성능의 하드웨어와 구독형 게임패스가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조로운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9세대 콘솔 게임기 공급 부족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직접 원인이다. 간간이 물량이 풀리고는 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라 제품을 구매해서 비싼 값에 되파는 소위 '되팔이(리셀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통업계는 판매를 추첨제로 진행하는 등 여러 수단을 통해 실수요자에게 제품이 공급되게끔 노력 중이다.
국내는 기약 없이 진행되던 사전 예약 판매가 월 1~2회 정도로 잦아졌다. 따라서 정말 구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예약 판매에 참여해서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호전됐다고 할 수 있다. 제품 구매가 가시권까지 들어온 만큼 콘솔 게임기 구매를 계획하고 있었던 사람은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됐다. 9세대 콘솔 게임기 중 어떤 제품이 나에게 알맞을까.
◇기기 성능과 완성도는 XSX가 우세
PS5와 XSX 모두 AMD 기반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장착해 지난 세대 대비 강력한 그래픽 성능과 빠른 로딩을 자랑하며 실시간 레이트레이싱(광원 추적) 및 4K 게이밍도 지원한다. 다만 하드웨어 스펙상으로는 XSX가 약간 앞선다. XSX는 GPU 처리 속도가 12.15테라플롭스(TFLOPS·1초당 1조회 부동소수점 연산처리양)인데 비해 PS5 속도는 최대 10.3테라플롭스에 불과하다. 또 SSD는 PS5가 825GB(기가바이트)이고 XSX는 1TB(테라바이트)다. 다만 PS5에 채용된 SSD는 PS5 전용격인 제품으로 XSX에서 사용하는 SSD보다 훨씬 빠른 읽기 쓰기 속도로 쾌적한 로딩을 가능케 한다.
XSX는 발열과 이에 따른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커다란 사각 기둥 모양으로 디자인 됐으며 PS5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XSX가 약간 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팬 소음과 안정적인 열 배출 시스템으로 초기 팬 소음 불량이슈가 있었던 PS5보다는 완성도가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두 제품 모두 지난 세대의 게임들을 구동할 수 있는 '하위호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독점작'을 하고 싶다면 PS5가 압승
'만능 게임기'인 PC가 있지만 굳이 콘솔 게임기를 구매하는 이유는 커다란 TV를 통해 게임을 편하게 즐기는 목적도 있지만 '독점작'을 즐기고 싶은 이유도 매우 크다. 각 콘솔 게임기에는 해당 콘솔 게임기에만 출시돼 즐길 수 있는 '독점작'이 존재한다. 일부 게이머에게는 독점작 유무가 콘솔 게임기를 선택하는 필수 요소로 작용하는데 PS5를 위시한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이 다수의 인기 독점작을 거느리고 있다.
PS5 전용으로는 '스파이더맨:마일즈 모랄레스' '데몬즈 소울 리마스터' 등이 출시됐고 PS4에도 최다 고티 점수를 받은 '라스트 오브 어스2'나 '호라이즌 제로 던' '갓 오브 워' 등의 질 좋은 AAA급 게임이 즐비하다. 이 작품은 PS5의 하위호환 기능으로 즐기면 해상도나 프레임레이트 증가 등 향상된 퍼포먼스로 즐길 수 있다. 반면에 XSX는 현재까지 출시된 신규 독점작이 없으며 XSX 진영의 대표 프랜차이즈인 '헤일로' 신작이 올해 나올 예정이지만 아직 미정인 상황이다.
XSX에서 구동할 수 있는 게임은 대부분 PS5와 스팀에서 접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작품이며 대다수의 XSX 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MS) 스토어를 통해 PC에서도 즐길 수 있다. 즉 현재까지는 사양이 높은 PC와 게임 패드가 있고 TV로 하지 않아도 된다면 XSX는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여러 게임을 저렴하게 접하고 싶다면 XSX를
XSX는 MS의 게임구독 서비스 '게임패스'를 지원한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게임패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게임을 무한정 즐길 수 있다. 게임 패키지 구매에 부담을 느낀다면 100여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패스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게임패스에는 철이 지나거나 가격이 낮은 인디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MS 퍼스트파티 게임 모두와 일부 서드파티 AAA급 게임들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꾸준히 게임이 업데이트되므로 게임패스가 있다면 게임이 부족해서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경쟁사인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 샌디에이고 스튜디오가 제작한 'MLB 더쇼 21'이 게임패스에 포함된다는 소식이 발표돼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소니 자본이 들어간 본 게임이 PS5에서는 정가를 다 주고 구매해야 하지만 XSX에서는 게임패스가 있다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게임패스에 어떤 게임이 포함될지 기대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차세대를 느끼고 싶다면 PS5를
콘솔 게임기가 PC와 구분되는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입력장치인 패드다. 패드는 방향키와 버튼 등으로 게임을 좀 더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과거에는 패드가 게임기에 신호를 전달해주는 단방향이었지만 지금은 진동 등으로 게임의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손맛'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PS5는 이번 세대로 넘어오면서 '듀얼센스'라는 새로운 패드를 선보였다. 듀얼센스는 햅틱 피드백을 적용해 여러 종류의 다양한 진동을 가해 상황에 따른 섬세한 진동을 느끼게 해준다. 예를 들면 바람이 불거나 물결이 이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걸을 때 바닥의 질감도 구분할 수 있다. 또 L2와 R2 트리거에 '적응형 트리거'를 적용해 상황에 따라 압력을 달리해 무게감을 전할 수 있다. L2를 눌러 활시위를 당기면 그 정도에 따라 트리거에서 압력이 손에 전해져 리얼한 느낌을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에 XSX는 기존의 엑스박스 시리즈의 패드를 그대로 사용하며 서로 호환도 된다. PS5는 PS5 전용 게임에서 구세대 패드인 '듀얼쇼크'의 호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되지만 차세대 게임기의 특별함을 맛보고 싶다면 XSX보다는 PS5의 듀얼센스를 높게 쳐줄 수밖에 없다.
◇디스크, DL 선호에 따라 선택은 자유
9세대 콘솔 게임기는 각각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PS5는 일반판과 디지털에디션으로, 엑스박스는 XSX와 XSS(엑스박스 시리즈 S)다. PS5는 두 버전이 디스크드라이브 유무를 제외하고는 차이가 없다. 일반판은 게임 패키지 수집에 가치를 두거나 게임의 중고거래가 활발한 사람에게 좋다. 반면에 게임을 구매해 라이브러리에 두고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면 디스크드라이브를 제외해 좀 더 저렴한 디지털에디션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XSS는 4K 미지원, 디스크드라이브가 제외된 XSX의 염가판이다. 4K를 지원하는 모니터가 없고 게임을 주로 다운로드받아 즐긴다면 XSS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XSS는 9세대이지만 PS5나 XSX보다 훨씬 작고 귀여운 디자인을 채택했다. 다만 성능도 XSX보다는 낮으니 잘 알아보고 구매해야 한다.
콘솔 게임기는 사양이 천차만별인 PC와 다르게 사양을 고민할 필요 없이 양질의 게임을 간편하게 즐기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자체 앱이 포함돼 멀티미디어 셋톱박스 역할도 해 활용성이 매우 높아졌다. 물량이 구매 의사가 있다면 충분히 구매할 정도로 풀렸다. 만약 당장 품절로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조금만 기다리면 물량이 풀릴 것이다. 급한 마음에 리셀러에게 웃돈을 얹어가며 비싸게 구매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이호 넥스트데일리 기자 dlghcap@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