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 대규모 전문 인력을 채용한다.
지난 2019년 UAM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사업 로드맵과 상품 전략을 세웠고, 이번을 계기로 기체 개발부터 자율비행·공급망 관리·대량 생산 기술 분야 조직을 강화한다. 상용화를 실현할 사실상의 준비 태세를 갖추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스타트업 '그린하우스' 인재 확보 솔루션을 통해 수백명 규모 전문 인력을 채용한다.
채용 분야는 △전략기획 △법무 △대외협력 △사업개발 △세무회계 △인사 △연구개발(R&D) 등이다. 어바인 현지 기술진을 이끌 수석 엔지니어를 포함해 전략기획, 대외협력, 조달·공급망, 제조 등의 분야에선 임원급을 채용한다.
특히 R&D 부문에선 다양한 직군을 세분화해 모집한다. 기체 설계, 공기 역학, 전산유체역학(CFD), 비행 제어, 배터리, 대량 생산 설비,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로봇 공학 등이다. 기체 설계 역량을 넘어 실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율운항 기술과 자동차 수준의 대량 생산 기술 확보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국내에서 한 차례 UAM 분야 R&D 경력 채용을 진행한 데 이어 이번 채용을 진행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 현지 채용 규모가 더 크다. 직원뿐 아니라 임원급 채용도 진행하며 본격적 조직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UAM 후발주자로서 미국 '조비'와 독일 '릴리움'보다 뒤처진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차가 미국을 UAM 사업 전진기지로 삼은 이유는 우주항공 분야 우수 인력 채용에 있어 유리해서다. 신재원 UAM사업부장, 파멜라 콘 UAM사업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벤 다이어친 UAM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미국에서 영입이 이뤄졌다.
현대차는 워싱턴D.C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프리몬트시와 로스앤젤레스 인근 어바인시를 UAM 사업을 위한 기지로 삼고 사업을 전개한다. 사업 지원은 워싱턴 D.C에서, 하드웨어(HW) 개발은 어바인, SW 개발은 프리몬트에서 각각 담당하게 된다.
일부 R&D 분야에선 국내 기술진과 협업이 예상된다. UAM에 동력을 공급하는 수소연료전지는 정부로부터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됐기에 국내 기술진이 R&D를 이어간다. 현대차는 '넥쏘'에서 사용하는 95㎾급 수소연료전지 출력을 현재보다 세 배 이상 끌어올려 UAM에도 적용한다는 목표다. 또 자동차 적용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기술도 활용될 전망이다. UAM도 승객 안전을 위해 카메라·라이다·레이더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UAM에 앞서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항공시스템(UAS)을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뒤 2028년 사람이 탑승하는 UAM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UAM 사업 비중을 30%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현대차는 2025년까지 UAM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분야에만 4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UAM사업부 관련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나 구체적 채용 규모나 내용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
박진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