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내년 대선 채비를 위해 추진 중인 야권 연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 이후 양당 통합 의지를 내비쳤지만, 정작 구체적인 방안 등 속내는 내비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12일 국민의당에 향후 양당 통합 관련 당 의견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지만, 국민의당은 당원들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비상대책위 회의 후 “(합당 관련)국민의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 의견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국민의당 의견을 전달받으면 우리 쪽 의견을 모아서 정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가급적 빨리 국민의당 입장정리가 되길 바라는 눈치다. 선거 직후 차기 지도부 선출에 앞서 합당 문제부터 정리하기 위함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여유 있게 합당 이슈를 논의하는 모습이다. 안철수 대표는 “오늘 시도당부터 시작해 당원들 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속도전보다는 당원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이 빠른 시일에 답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선 “그때까지 국민의힘은 통일된 의견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인지 그것부터 묻고 싶다”며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러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서 공식적 입장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양당 모두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 통합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4·7 재보선 승리 후 태도는 사뭇 달라졌다. 이번 승리에 대한 정당별 역할을 자평하면서 야권 연대에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6월초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가장 큰 변수다. 기본적으로는 합당 여부를 빠르게 결론 짓고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민의당 의견수렴이 늦어질 수 있어 전당대회 먼저 집중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선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통합 논의는 이들에게 맡기자는 주장이다. 특히 재보선에서 큰격차로 승리한 만큼 당을 빨리 정상화시키고 여론을 모아야 한다는 '자강론'도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은 통합 속도론보다는 재보선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는 등 선거 승리에 대한 안 대표와 당의 기여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통합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동일한 위치에서의 합당이 아닌 흡수통합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당 내부적으로도 재보선 승리에 안 대표의 단일화 제안과 유세지원이 크게 작용한 만큼 지분이 있다는 평가다.
한 야권 국회의원은 “재보선에 야권이 승리하면서 향후 통합 작업은 양당 주도권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안 대표가 당원의 의견 수렴을 중시하는 것 역시 이번 선거에 승리에서 국민의당 역할론을 확인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 대표는 “당내 소통은 저희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저희가 주춤한다고 하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