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스위스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베스트마일'(Bestmile)을 인수한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주로 전장부품 업체 투자 등의 협업을 통해 완성차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이번 투자는 자율주행 서비스 측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짙다. 완성차 제작사에서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스위스의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베스트마일의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둔 베스트마일은 2014년 창업해 50여명의 전문 인력을 둔 자율주행 서비스 플랫폼 업체다. 현대차는 이미 이 회사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로, 현재 인수작업을 위한 구체적 실사 단계를 밟고 있다. 협상하고 있는 인수 금액은 1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트마일은 자율주행차의 각종 센싱 기술 등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업체가 아닌 서비스 플랫폼 전문 업체다. 자율주행 셔틀이나 로보택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서비스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는 무인차량 호출 시 해당 지역의 교통 상황을 고려해 차량과 사람 간, 차량과 목적지 간 최적 경로 운행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기술이어서 일정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한 차라면 특정 모델에 구애받지 않고 집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향후 자율주행 셔틀이나 로보택시 서비스에 유용한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이미 완성차 제조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로 발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스위스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대상으로 인수작업에 들어갔다”면서 “현재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주행 분야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 투자를 해 왔다. 지난해 3월엔 글로벌 전장부품 기업 델파이에서 분사한 앱티브와 함께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을 설립했다. 모셔널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로보택시와 모빌리티 사업자에 자율주행 시스템 및 지원 기술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등과 지분투자 등의 협력을 해 왔다.
한편 베스트마일은 스위스 로잔공대(EPFL)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에 적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을 개발했다. 스위스와 유럽 다수의 지역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 셔틀에 사용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용어설명>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불특정 서비스 사용자가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호출하면 공유 택시·버스 등 차량이 최적의 노선을 찾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