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혁신금융 '리브엠' 중단 위기...10만 가입자 '권리 실종' 우려

KB노조 "판매 할당 강요" 사업 중단 촉구
국민銀 "고객 불편·알뜰폰 시장 위축 우려"
중단 땐 모든 혜택 소멸...사용자 피해
금융당국 "성과·노조·외부 평가 고려"

1호 혁신금융 '리브엠' 중단 위기...10만 가입자 '권리 실종' 우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리브엠 재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국민은행 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리브엠 재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국민은행 노동조합)

금융위원회 1호 혁신금융서비스인 국민은행 알뜰폰(MVNO) 사업 '리브엠'이 14일 재지정 심의를 앞두고 노조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국민은행은 무려 10만 가입자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없고 알뜰폰 시장에서 일정 성과를 거둬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에 국민은행 노조는 내부서 과도한 실적 경쟁을 부추긴다며 알뜰폰 사업 중단을 고수하고 있다.

1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류제강)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간담회를 열고 리브엠 사업 중단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촉구하며 금융위와 심의위원을 압박했다.

리브엠 사업을 놓고 국민은행은 10만 가입자 보호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과도한 실적 압박과 부당한 판매 할당 강제가 은행 고유업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며 리브엠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번 심사에서 리브엠이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을 받지 못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리브엠의 10만 가입자다. 엘지유플러스로 자동 전환 가입돼 알뜰폰 이용에 따른 요금할인과 멤버십 서비스 혜택이 모두 사라진다.

알뜰폰 사업자간 상생과 공동 마케팅을 위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와 함께 개점한 알뜰폰스퀘어(옛 KB국민은행 독립문출장소)도 폐쇄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MVNO 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중단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2019년 10월 출발한 리브엠은 멤버십서비스 외에 친구결합 할인, 미사용 데이터 포인트리 환급, 무료 통신비보장보험, 무료 피싱보험, 데이터셰어링 서비스 등 다양한 특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해왔다. 사업이 중단되면 모든 혜택이 사라지므로 사용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국민은행이 준비하는 디지털 혁신 사업에도 일부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리브엠 사업은 기존 은행이 보유하지 않은 통신가입자 관련 데이터를 자체 확보하는 강점이 될 수 있다. 가입자 기반을 좀 더 확대하면 마이데이터 사업과 연계했을 때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 기반이 사라지는 셈이다.

최근 MVNO 사업자는 시장 확대와 신규 서비스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알뜰폰 서비스가 10년차를 맞았고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앞뒀지만 여전히 대형 이통3사와의 마케팅 경쟁에 밀리고 영세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면서 저가폰에 한정됐던 이미지를 개선해 '똑똑한 통신서비스'라는 이미지를 확산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국민은행은 이통 3사(MNO)와의 망도매 대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데 앞장섰다. 알뜰폰 중 처음으로 5G 서비스를 출시하는 성과도 냈다. 단말기 제조사와 협업해 자급제폰 활성화에 먼저 나서는 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가 차별화 서비스와 효율적인 요금제로 시장 확대에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리브엠 사업이 중단되면 사업자 다양성을 추구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만약 리브엠 사업 조기 철수가 결정되면 시장에는 이통3사 계열 MVNO와 중소 MVNO만 남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동조합 요구에 고객 편익 고려와 빅블러 시대 은행의 능동적인 역할 변화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고객 불편은 물론 전체 MVNO 시장 위축을 가져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올해 초 총 19건의 부가조건위반 증거자료와 재지정 취소 요구 진정서를 금융위에 접수했으나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승인조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조속히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리브엠 사업 성과와 노조 반발, 외부의 평가 등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며 “사업을 둘러싼 안팎 분위기가 순조롭지 않은 만큼 심사 당일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