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분쟁 타결에는 수년간 이어져온 청와대의 물밑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는 예전 정권과 달리 LG와 SK 양사에 고압적 태도나 강요 없이 양사 의견과 법적 절차를 검토하며 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LG와 SK 간 배터리 분쟁 중재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 경쟁력 제고와 함께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경제협력에도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LG와 SK, 삼성, 롯데 등 우리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바라는 상황이다.
이전까지 LG와 SK 간 분쟁은 배터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중재 노력은 물론 청와대 중재 의사에도 진전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반전은 두 곳에 있었다. 기업인 출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지난 2월 구축한 청와대 정책실-미 백악관 NEC '핫라인'이었다.
청와대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과 고위급 채널을 가동해 LG와 SK 배터리 분쟁을 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정해 합의가 도출되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신임 이호승 정책실장이 직접 NEC 고위급과 통화하며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2월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브라이언 디스 NEC 위원장과 '핫라인'을 구축한 상태였다. NEC는 백악관 내 경제정책조정협의체로 청와대 정책실의 카운터파트다.
당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앞으로 10년간 SK 배터리의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는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간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기업인 출신으로 LG CNS 부사장을 역임했던 유영민 비서실장도 나섰다. LG와 SK 관계자를 만나 중재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유 비서실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문 대통령 의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한상의에서 최태원 SK 회장(대한상의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 비서실장과 이 정책실장 등에게 “과거처럼 밀실에서 만나지 말고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소통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LG와 SK 간 분쟁 합의에 대해 “국내의 산업생태계 구성원들이 경쟁하면서 동시에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협업하는 것이 국익과 개별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모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전략산업 전반에서 생태계와 협력체제 강화의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