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이 투자유치에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된 '복수(차등)의결 허용법(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3일 복수의결권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산업계와 학계의 찬반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2월 복수의결 허용법 처리를 위한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정의당 등 일부 의원이 반대 입장을 밝히며 추가 논의를 요구하면서 진행됐다. 당시 쿠팡 미국 증시 상장 등으로 복수의결권이 주목받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재벌 세습 등의 부작용 우려로 반대에 부딪쳤었다.
이날 공청회도 찬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찬성 측은 벤처와 스타트업 성장에서 창업주의 경영권 방어와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복수의결권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복수의결권 대상 기업이 적고 다른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재벌세습 부작용 우려는 크다고 맞받아 쳤다.
법안을 발의한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 설명을 통해 산자위 의원들에게 법안처리를 호소했다. 이 의원은 “혁신·벤처기업 성장을 위해 차등의결권 필요성에 동의하신다면 실효성 있는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했다. 이어 “이를 악용할 재벌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처벌 법안으로 고민해도 된다”며 “재벌이 아닌 벤처 입장에서 필요한 법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복수의결권이 스타트업과 벤처 생태계 전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 세습 등의 반대의견이 있지만, 비현실적이거나, 가능성이 적은 일에 대한 우려라고 진단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창업자 역할이 중요하다. 홍콩 영국 등 기존에 허용하지 않던 곳도 혁신기업을 위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다”며 “법안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어 재벌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김병면 건국대 교수와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부소장도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이 필요하고 그 운용방법은 주주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수의결권 도입이 늦어질 경우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 등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실제 제도가 도입될 경우 복수의결권을 활용할 기업은 많지 않지만, 소수의 기업들에게도 선택지를 주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상인 서울대 교수와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개정안이 궁극적으로 재벌에게 악용되는 형태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벤처 업계의 복수의결권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의결권 제한주식 등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음에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벌써부터 공청회에서 유예기간, 존속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결국 재벌도 복수의결권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향후 재벌들이 형평성을 문제 삼고 위헌 소송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원들 의견도 엇갈렸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반대측에 손을 들어줬다. 조 의원은 “경영권 보장을 위한 많은 장치들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은 설득력이 없다”며 “단 한번의 위험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원전을 반대하는 것처럼 재벌세습,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대기업의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점에서 이에 어울리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 강 의원은 “복수의결권은 속도가 필요한 기업에게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법안”이라며 “재벌의 과거 행태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시각은 미래 가치를 논하는 시점에선 보수적”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