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에 배터리 신규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에 이어 미국 배터리 공급망(SCM) 안정화 정책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려면 고개를 미국으로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해외에서 제조를 하더라도 핵심 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 인력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5개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공장 설립은 미국 기반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미국은 유럽, 중국과 주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25년 신북미무역협정(USMCA) 발효로 인해 미국에서 생산 비중을 75% 이상 확보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공장 인근에 배터리 제조뿐 부품, 소재 공급망(SCM)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19년 신생 전기차 업체인 로드스타운 모터스에 오하이오 로즈타운 전기차 조립 공장을 매각했다. 그 이후 로드스타운은 LG에너지솔루션과 계약을 통해 원통형 배터리 공급받기로 했다. GM은 LG와 합작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로드스타운과 원통형 배터리 계약을 맺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산업 특성상 해외 공장 건설은 현지 업체간 협력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것이 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배터리를 제조해도 국내에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터리 3사 기술과 인력이 해외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술과 인력을 키워놓고 중국과 유럽, 미국에 기술 노하우와 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내재화는 30%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을 올리고 코발트 비중을 줄이며 배터리 용량을 올리고 생산 단가를 낮추고 있다.
그러나 양극재로 에너지 밀도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K-배터리 3사는 음극재에 실리콘을 첨가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초로 모회사인 LG화학 실리콘를 첨가한 음극재를 채택한 포르쉐에 공급했다. 이러한 실리콘 음극재에 도전재를 적용해 스웰링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자 이동 속도를 줄여 충전속도를 단축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셀 외에도 모듈 팩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배터리셀 단위 외에도 모듈, 팩 등 배터리 관리시스템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이에 따라 핵심 기술을 개발할 인력 수급도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K-배터리'가 최근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현재 배터리 학과조차 없는 형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을 촉발한 인력 양성을 위해 석박사급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전지산업협회 주도 아래 한양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명의 배터리 소부장 전문 인력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유지하려면 예산을 늘리거나, 배터리 인력 수요 예측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美·유럽 자립 정책에 현지 생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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