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다 없이 자율주행 대중화에 나선 테슬라의 독자 기술이 화제다. 보통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에 라이다(Lidar)·레이다(Radar)·카메라를 중심으로 HD맵을 활용한다. 라이다로 초당 수백만번의 주파수 신호를 쏜 뒤, 되돌아 오는 시간을 계산해 전방 거리 등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고정밀지도(HD맵)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테슬라는 '완전 비전중심 방식(Heavily Vision-based Approach)'을 활용한다. 테슬라는 하나에 1000만원이 넘는 라이다는 물론 실시간 도로 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로 HD맵도 쓰지 않는다.
테슬라는 여러 대의 내장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 레이더를 활용해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 차선, 신호등, 주변 차량 등을 인식해 주행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전 세계에 흩어진 120만대의 차량으로 확보한 도로환경 영상 데이터 기반의 딥러닝 기술이 핵심이다. 카메라로는 불가능한 실물의 폭(깊이·Depth)도 라이다의 70%까지 측정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테슬라는 자사 고객의 주행 패턴과 돌발 상황 데이터를 수집해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실제 도로주행 데이터를 축적해 놓은 상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사의 차량으로부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이 지금 이 시간에도 발전하고 있는 이유다. 테슬라는 사막과 눈길 등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실제 운전자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행자나 야생동물 난입, 타이어 펑크, 블랙아이스 등 돌발 상황에 대한 학습도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는 테슬라 운전자들은 주행도로의 정보를 자동으로 테슬라에 제공하게 된다. 이 덕분에 테슬라는 독보적으로 방대한 교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 된 자율주행 버전이 무선으로 업데이트, 테슬라 차량은 항상 최신 상태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올해 1월까지 테슬라의 누적 주행데이터가 51억 마일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다른 자율주행기술 개발 기업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누적데이터가 3000만 마일 정도로 알려진 구글의 웨이모보다도 크게 앞선 수치다.
또한 테슬라는 슈퍼컴퓨터인 '도조(Dojo)' 등을 통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인식·판단·제어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도조는 고화질 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전세계 테슬라 차량의 자율주행 영상과 이미지를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해 자율주행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테슬라는 또 카메라만으로 물체의 깊이를 측정해 3차원 형상을 구현하는 '의사 라이다(Pseudo-LiDAR)'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사람이 두 눈으로 사물의 속성과 거리를 판단하는 원리를 응용해 여러 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이미지를 통합해 사물을 정교하고 입체적으로 판단하는 기술이다. 의사 라이다 방식은 웨이모 등이 채택한 레이저 센서를 활용한 라이다 방식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별도의 도로 인프라 투자가 필요 없어 빠르게 보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개발 중인 연결형 자율주행 시스템은 정밀지도 기반 정보를 활용해야 하고, 도로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독립형 시스템이다. 그래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완전자율주행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이후 테슬라는 지속적 업데이트를 진행해왔으며 속도를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내에 완전자율주행시스템 구독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