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야 분위기가 갈리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은 세제 완화 법안을 연이어 내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공약을 후방 지원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기존 정부 정책기조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국민의힘에서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법안 3건이 연이어 발의됐다.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늘리고 공시가격 변경을 일부 제한해 전체적으로 부동산 과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다. 오 시장이 부동산 세부담 완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서울시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와 궤를 같이 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1가구 1주택자에 한해서는 종부세 과세 표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상승으로 건강보험료, 재산세 등 각종 세금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과세표준을 상향해 이를 완화하기 위함이다.
부동산 가격공시 개정안은 공시가격 결정 권한을 국토부에서 국무총리 산하 독립기구를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가 임의대로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국무총리 산하 독립기구로 변경해 객관적으로 공시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종부세 개정안도 실질적인 세부담 경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사 등 특수한 경우 일시적으로 1세대 2주택 이상 보유하는 사례를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당 차원에서도 본격적으로 부동산 정책 이슈를 선점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부동산 정상화 특위는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예정지구를 찾아 공공주도 정비사업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간 주도 개발 및 공급 물량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세금 완화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정책 공세를 계속하려는 모습이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15일 비상대책의원회의에서 “빚내서 집사지 말라더니 빚내서 세금내게 하고 있다”며 “각종 공과금과 부동산 세금폭탄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할 이유가 더 생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LH 신도시 투기 사태와 재보선 패배로 부동산 정책 방향 선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정부와의 이견이 숙제다. 당 내부에서 대출규제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조정 등이 언급되면서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2·4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등 정부 입법에도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자체적으로 새 지도부 구성이라는 이슈가 있는 터라, 우선 순위에도 밀리는 모습이다.
당장 당 대표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대출규제 완화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주택담보비율(LTV)·총부채상환율(DTI) 규제를 90%까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홍영표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변화는 필요하지만 정부 정책기조까지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정책 방향을 수정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부정 여론도 부담이다.
참여 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대출규제 완화,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 정책, 민간개발 활성화 등은 집값을 폭등시키고 자산불평등을 공고히 할 선심성 행보”라며 “근본적인 개혁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