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버스 업계가 국내에 생산 공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산 배터리 채택과 국내 제작 등을 통해 국산화를 실현한 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사실상 중국업체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피라인(하이거 총판), TS에코에너지(BLK 총판), 범한자동차(황해차 총판) 등 국내 기업 3개사가 중국 전기버스 업체와 협력해 전용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한다. 중국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공장이 국내 들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라인은 이미 경기도 화성에 약 1만3000㎡(4000평) 규모 부지를 확보, 국내 모 대기업과 중국 하이거 등과 합작 형태로 생산라인 구축에 나섰다. 이 회사는 조립 공장뿐 아니라 배터리 팩 등 배터리 시스템부터 유지보수 인프라까지 갖출 계획이다.
하이거는 중국 내 유력 전기버스 업체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5000대가 넘는 전기버스를 판매했다. 국내에서도 100대 이상을 판매, 중국업체 중 가장 많은 판매 실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범한자동차도 최근 경상남도 함안군에 공장시설을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조립생산시설 보수를 완료하고 연간 2000대 최대 규모 전기버스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TS에코에너지는 중국 BLK와 생산 기술 협력을 골자로 경상도 지역에 전기버스 조립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이미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력까지 진행 중이다.
이들은 중국 전기버스 업체와의 제작·공정 기술 협력뿐 아니라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시설이나 자금도 유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중국에서 검증된 전기버스의 차대·섀시 등의 부품과 해당 중국업체로부터 제작·생산 공정에 필요한 기술 지원을 받는다. 우선 반제품 공정방식(SKD)부터 내재화한다. 이후 국산화 비율을 점차 높여 동남아 등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생산비용 등을 고려해 차대 등은 중국산을 쓰지만 전동모터 등은 글로벌 유력 제품을 사용하고 국산 배터리는 물론 차량 실내외 디자인과 마감 등은 직접 챙길 계획이다.
중국 전기버스 업체 관계자는 “이미 현지에서 10년 넘게 검증된 중국 전기버스 기술과 한국의 배터리 부품, 디자인, 생산 경쟁력을 합해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을 생산기지로 택한 건 검증된 배터리 수급과 디자인 등 차량 완성도를 높이는데 유리하고, 한국산 제품이 해외 공략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외무역법에 따라 상품별로 국산 원가·제작 비율이 51% 이상이면 국산 제품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