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다. 공식 일자는 오는 7월 31일이다.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의 일이다. 피처폰 시절 '초콜릿폰' 등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LG는 20년이 넘는 역사를 곧 마무리한다.
LG 스마트폰이 남긴 흔적이 완전히 사라질까?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그 유산은 다름 아닌 '삼성'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일까.
◇ LG 'G3' 세계 최초 레이저 자동초점 적용
먼저 2014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LG가 전략 스마트폰 'G3'을 선보였을 때다. G3은 '레이저 자동초점(AF·Auto Focus)' 시스템을 탑재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이다.
레이저 AF는 스마트폰 후면에서 레이저 빔을 쏴 피사체까지 거리를 측정해 빠르게 초점을 맞추는 기술이다. 저조도 상황에서도 고화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LG는 당시 스마트폰 카메라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폰아레나는 "레이저 오토포커스는 LG모바일의 '정점'이었다"며 "이후 거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앞다퉈 그 뒤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이에 대응하는 데는 1년 반이 걸렸다. 2016년 출시된 갤럭시S7은 세계 최초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피사체를 담는 이미지 픽셀이 두 개로 구성된 것으로, 그간 DSLR에서 구현 가능했던 기술이 스마트폰까지 내려온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듀얼 픽셀 시스템은 레이저 AF를 대체하게 된다.
◇ '갤럭시S20 울트라' 자동초점 논란…'레이저'로 잡았다
지난해 초 삼성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를 선보였다. 문제가 발생한 건 시리즈 최고 스펙 '갤럭시S20 울트라'였다. 당시 사용자들 사이에선 카메라 자동초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갤S20울트라에 도입된 1억800만화소 이미지 센서가 문제였다. 초점 거리가 길어진 큰 이미지 센서가 최소초점 거리(약 80cm) 이내 영역에서 피사체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를 촬영하려고 하면 계속해서 초점이 어긋났다.
삼성은 해결방안을 레이저에서 찾았다. 이후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는 ToF(비행시간측정기술활용) 센서가 빠지고 레이저 AF 센서가 들어갔다. 2014년 LG가 쏘아 올린 오토포커스 방식이 삼성 플래그십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최신 플래그십 '갤럭시S21 울트라'도 이를 활용했다. 레이저 AF 탑재로 초점을 개선해 삼성 1억800만화소 카메라 센서 중 가장 뛰어난 오토포커스 성능을 구현했다. 올 상반기 출시된 보급형 갤럭시A51·A71에도 레이저 AF 센서가 탑재됐다.
폰아레나는 "LG가 개척한 기술이 언제까지 삼성 스마트폰에 남아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큰 유산을 남겨준 LG에게 감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