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가 디지털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획득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분야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가다.
김진우 하이 대표는 20일 “메신저 기반 불안장애 치료제인 '마음정원'이 최근 GMP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음정원은 지난해 12월 31일 미국과 우리나라에 베타서비스로 출시됐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GMP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MP 인증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제조에 있어 안전성 확보를 위한 품질관리 제도다. 2등급 이상 의료기기 품목허가와 생산을 위한 필수 인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정의한다. 소프트웨어지만 제품 상용화를 위해선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준하는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한다. 또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도 입증해야 한다.
하이가 개발한 마음정원은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불안장애,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화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만든 치료서비스다.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인 김진우 대표가 30년간 연구해온 사용자경험(UX) 기술을 융합해 만들었다. 자기대화 기능을 통해 부정적 사건에서는 자기 몰입을 과도하지 않게 하고, 긍정적 경험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더욱 집중해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관련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치매 부분 글로벌 업체인 일본 에자이와 제품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는 마음정원 상용화를 위해 이달 말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연구자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 또 하반기에는 국내에서 확증적 임상 시험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 브릿지 형태 40억원 추가 투자 라운드도 계획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누적 투자금 30억원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이미 미국은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어 관련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임상 시험을 통한 효과 입증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가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8월 디지털 치료제의 정의, 판단 기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아직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