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여야 간 법안 발의와 처리 비율이 두 배 이상 벌어졌다. 174석 거대여당의 힘이 입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법안 발의 수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빠르게 늘어 21대 국회 임기 시작 1년인 5월 30일 이전에 1만건 돌파가 유력하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의 법안 처리는 998건으로 야권(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법안 처리 440건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무소속 의원들 법안은 41건이 법률로 반영됐다.
법안 처리율에서도 여권이 앞선다. 더불어민주당 법안 처리율은 17.3%로 전체 의원 법안 처리율 평균인 16.8%보다 높았다. 국민의힘 법안 처리율은 15.8%로 평균보다 낮았다. 지난 1년간 민주당 의원은 1인당 5.7건, 국민의힘은 의원 1인당 4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정의당·국민의당·열린민주당의 법안 처리율은 각각 16.1%, 15.4%, 7.8%를 기록했다. 무소속 의원들의 법안 처리율은 20%다.
여야 간 법안 처리율 격차가 벌어진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이유가 크다. 전체 법안 발의 수에서도 크게 앞서고 있지만 모든 상임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법안 처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여야 간 법안 대립이 있을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표결 처리라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반면에 국민의힘 등 야권은 합의가 없으면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 간 법안 처리율은 계속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국회에서도 여당의 법안 처리율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특히 21대 국회는 여야 간 의석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야정협의체가 없다는 점도 야권엔 불리하다. 여당의 경우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청와대, 정부 등과 법안을 조율 발의해서 처리 가능성을 높이지만 정권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하는 야당은 특성상 법안 처리에 자주 논란이 발생한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여야의 가치관 차이와 성격을 생각해 볼 때 여당은 정책 지원을, 야당은 민감한 사안을 법안으로 발의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과거 국회에도 여당의 법안 처리가 우세했고, 21대 국회처럼 의석수가 크게 차이나는 상황에서는 그 여건이 더 좋아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안 발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20대 국회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국회의 경우 4년 동안 전체 발의 법안은 2만4141건이었다. 21대 국회는 현재 9421건의 법안이 발의, 국회 임기 시작 1년인 5월 30일 이전에 1만건 돌파가 예상된다.
법안 발의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처리 비율은 문제로 지적된다. 1904건의 법안이 처리되긴 했지만 처리율은 20.2%로 21대부터 상시국회 체제로 전환한 것에 비하면 속도가 늦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공수처법, 부동산 관련 법 등 쟁점 법안 갈등에 다수의 법안이 난립하면서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요구하는 법안이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표> 21대 국회 정당별 법안 발의 및 처리 현황
자료: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취합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