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인데도 한낮 대기 온도가 30도에 육박할 만큼 덥다. 기후위기가 우리 앞에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선 에너지, 수송, 산업 등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지만 흡수원인 삼림과 해양 역할도 중요하다. 산과 바다로 이뤄진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매년 330만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흡수원으로서 보고다. 이른바 그린카본과 블루카본이 결합됐다. 그린카본은 식물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생태계로 흡수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블루카본은 연안 습지와 갯벌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을 뜻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국립공원의 모습을 살펴봤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지역을 지정한 곳이다. 정부는 1967년 국립공원제도를 처음 도입, 첫 국립공원으로 지리산을 지정했다. 이후 지난 2016년 8월 태백산국립공원까지 22개 국립공원이 지정 보호되고 있다. 국립공원의 넓이는 6726㎢로 국토의 6.7%를 차지한다. 세계의 허파라 불리는 브라질에 아마존이 있다면 국립공원이 우리나라의 허파인 셈이다. 국립공원의 나무와 갯벌이 살아숨쉬며 국민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탄소흡수원으로서 국립공원
전문가들은 국립공원이 온실가스 감축에서 탄소흡수원이자 탄소저장 기능을 한다고 강조한다.
조우 상지대 조경환경학과 교수는 “국립공원은 주로 산림과 해안습지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이 탄소흡수원으로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 나무로 꼽히는 소나무 30년생으로 이뤄진 숲 1㏊는 매년 11톤의 CO₂를 흡수한다. 이는 승용차 5.7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규모다. 이를 국립공원 전역으로 넓혀보면 자동차 1만7000여대가 뿜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것이다. 한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나무는 낮에 광합성 작용을 통해 산소를 내뿜고 CO₂를 흡수한다”면서 “밤에 이화작용으로 CO₂를 내뿜지만 흡수량이 훨씬 많아 탄소흡수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도 산림 조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담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한 미국, 영국, 싱가포르, 포르투갈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신규산림 2000㏊이상 만들 것을 발표했다. 이는 2005년 산림 조성 면적 대비 80%이상을 추가로 조성하는 것이다. 영국도 1100만그루 조림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200㏊ 이상 생태숲 공원 조성과 100만그루 심기 운동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산림청에서 탄소중립 전략 일환으로 2050년까지 30년간 30억그루 나무심기를 발표했다. 나무심기로 온실가스 3400만톤을 흡수할 계획이다.
탄소흡수원으로 바다의 역할도 확대한다. 해양수산부는 블루카본으로서 갯벌 복원을 확대하고 바다숲도 2386㏊ 추가 조성해 탄소흡수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생태계 다양성·건전성 기능도 함께 키워야
다만 국립공원을 단순히 탄소흡수원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공원의 다양한 역할 중 하나로 탄소흡수를 바라보자는 얘기다.
조우 교수는 “국립공원의 나무와 흙 그리고 바다에도 엄청난 규모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면서 “흙을 뒤집거나 바다를 개발하면서 그 안에 묻힌 탄소가 방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국립공원 관리와 보존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공원의 산과 바다에 저장된 탄소는 70억톤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난 2018년 한해에 배출한 온실가스 7억2760만톤의 9배가 넘는 규모다. CO₂를 땅속에 저장해 배출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토양과 기존 나무를 훼손할 경우 오히려 생태계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근 서울대 교수는 “국립공원처럼 생태계가 자연적으로 잘 조성된 지역에 인위적으로 탄소흡수력이 좋은 나무를 심겠다는 것은 오히려 삼림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며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나무 종류별로 탄소흡수원으로서 기능이 다르고 대체로 30년 연한이 지나면서 탄소흡수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 것에 대한 견해를 낸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가 온실가스 흡수력이 좋고 소나무와 편백나무는 상대적으로 흡수력이 낮았다. 또 상수리 나무가 7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능력을 유지한 반면 소나무는 30년을 경계로 흡수량이 급하게 떨어진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 “인간이 생태계와 자연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면서 “획일적으로 나무 수종을 심거나 오래된 숲을 인위적으로 갈아엎고 신규 조성하는 것은 생태계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공원이 가진 생물다양성, 생물건전성, 국민의 휴식처로서 기능도 잃어버려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립공원은 한해 4000만명이 찾는 최대 국민 휴식처이자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라며 “온실가스 감축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본래 기능인 다양성, 건전성, 국민의 휴식처로서 기능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도시 숲을 가꾸고 옥상 녹화를 조성하는 등 회색을 녹색으로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립공원 가치 과학적 규명도 시도
국립공원공단은 직접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설 계획이다.
먼저 훼손된 숲 복원에 나설 계획이다. 국립공원의 약 5.4%를 차지하는 일본잎갈나무림, 리기다소나무림 등 인공림 자연림으로 되돌리고, 저지대 중심으로 숲을 만들고 훼손된 곳을 복원하할 계획이다. 또 정상 중심 탐방으로 훼손된 숲 생태계를 복원하고 대신 저지대에서 탐방객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을 확대하기로 했다.
해상과 해안국립공원에선 섬 지역에 붉가시나무 등 상록활엽수림을 복원하고 갯벌에 갯잔디, 갈대, 갯매꽃 등 염생식물을, 바다에는 거머리말 등 해조류를 심어 블루카본을 확대키로 했다.
내부적으로는 공단 건물에 태양광 등을 설치해 자가발전율을 높이고 친환경차 운행도 확대할 계획이다.
탄소흡수원으로서 국립공원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한다. 공단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탄소저장량과 흡수원을 정량적으로 평가한 자료가 없다”면서 “그 가치와 수준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국립공원 내에서 추진 중인 탄소 흡수원을 확대하는 일의 성과를 과학적으로 검증, 정책에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