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낸 직후로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시세가 올해 들어 가장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패닉셀이 이어졌다.
지난 2018년 가상자산 시장 장기 침체 시발점이 됐던 소위 '박상기의 난'과 이번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을 같은 수준으로 보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를 비롯한 초강경 대처 의지를 보였는데, 이번 은 위원장의 가상자산 인식이 박상기 전 장관과 비슷하다는 측면에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 있지만 9월에 모두 폐쇄될 수 있다”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가 없다”고 밝히며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가상자산 투자 과세에 대해서는 “그림을 사고 파는 것도 양도 차익은 세금을 낸다”며 합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22일 자정 기준 1개당 7000만원 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은 위원장의 발언이 공개된 이후 하락을 거듭해 23일 한때 5900만원까지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4일부터 9일 연속 하락했으나 이날 하락폭이 가장 컸다.
비트코인 시세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은 위원장의 발언이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인상하기로 한 발표가 악재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은 위 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된 청원이 다수 게시됐다.
하루 동안 3만명의 청원 동의를 얻은 한 게시글은 “깡패도 자리를 보존해 준다는 명목 아래 자리세를 뜯어가는데, (가상자산) 투자자는 보호해 줄 근거가 없다면서 세금을 내라는 것이냐”며 “미술품과 비교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을 운운하는 것을 보았을 때 (은성수 위원장)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게시글 청원인은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했지만, 2030 세대는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를 쏟아낸다”며 “4050 세대 어른들에게 배운 것은 '내로남불'이며, 아랫사람들에게 가르치려는 태도로 나오는 것이 대한민국을 망친 어른들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 공개 내역에 따르면,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해 말 기준 총 39억2244만원을 신고했다. 전년 32억188만원 대비 7억2056만원 증가했다. 은 위원장이 소유한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가액이 3억500만원 늘었고,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한 양도소득 영향으로 본인 예금도 6억8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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