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경 광주과학기술원(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는 빛에 관련된 현상을 다루는 광학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책임연구원을 거쳐 2003년부터 GIST에 몸담고 있다.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 광공학연구부장·광과학기술학제학부장, 영국맨체스터대학 레버흄 초빙교수,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을 거쳤다. 한국광학회와 한국물리학회에서 평의원과 이사, 광학 및 양자 전자학 분과 위원장을 지냈으며 내년 3월부터 1년간 제30대 한국광학회 회장으로 당선된 이력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짐작케 한다.
한국광학회는 우리나라 광학 분야의 학문과 기술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학술단체로 현재 7000여 회원이 9개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 교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시절 초고출력 레이저를 주로 다뤘으며 GIST 교수로 옮긴 뒤부터는 공간 극한에 대비되는 시간 극한에서 일어나는 빛 현상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펨토과학기술로 대표되는 극초단 레이저 및 이를 이용한 비선형 광학 및 응용 기술개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는 생체 세포를 분자 단위로 조작하거나 원자와 원자를 떼어내는 등 생명공학·의학·나노공정 등에서 첨단 관측·제어기술로 쓰인다.
그는 “빛의 시간을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까지 잘게 나눠 찰나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물리, 화학, 생물학적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면서 “펨토초 세계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이를 에너지와 바이오, 의학 등 실생활과 가까운 분야로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2016년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해 무선통신의 원가절감을 도와줄 고효율 테라헤르츠파 변조기술을 개발했다. 테라헤르츠파는 초당 1000억번 진동하는 물체를 투과하는 전자기파로 숨겨진 테러 물품을 찾아내거나 문화재 등을 복원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의료영상 및 무선통신 분야에서도 전자기파를 이용한 정보 전달에 활용 가능해 기존 비용 보다 원가절감에 기여했다.
2017년에는 펨토초 레이저 기반의 시간분해기술을 통해 가장 높은 광흡수성과 유연성으로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평가받는 페로브스카이트내 자유전자의 이동근원을 찾아냈다. 펨토초 레이저 기술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에서 나타나는 자유입자 거동 시간 규모를 밝혀내 미세구조 제어로 태양전지 소자의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2019년 4월부터 2년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자연과학단장을 지내면서 기초연구 정책 수립·자문·심의 등의 활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기초연구진흥유공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 교수는 “우리나라 광학 기술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항상 고민하고 실천하겠다”면서 “과학기술분야 우수 인재양성과 이공계 학문에 진전에도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