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 어쩌나…보험사 채권 평가 손실에 RBC비율 줄줄이 하락

채권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일로다. 보험사들이 자산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평가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난 것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보험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모두 부채로 계산돼 건전성이 추가 악화할 우려가 크다.

금리상승 어쩌나…보험사 채권 평가 손실에 RBC비율 줄줄이 하락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12월 말 기준 보험회사 RBC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RBC비율이 전분기 대비 감소한 보험회사는 전체 53개 보험사 중 37개로 70%에 달한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고객에게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RBC비율이 200%면 보험사는 고객이 보험금을 100만원 청구하면 200만원까지 내줄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RBC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진다면 보험금을 내고도 피해를 입었을 때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생명보험의 경우 24개 중 17개 생명보험사의 RBC비율이 전분기보다 감소했다. 업계 평균 RBC비율도 303.4%에서 297.3%로 6.1%포인트(P) 낮아졌다. 손해보험도 다르지 않았다. 손보사도 29개 중 20개 손해보험사 RBC비율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으며, RBC비율도 247.7%에서 234.2%로 13.5%P가 줄었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말 기준 2873.47로 전분기(2327.89)보다 늘면서 기타포괄손익 9000억원이 증가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이익이 더 크게 줄면서 전체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다. 앞서 보험사들은 금리 하락 시기에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회계상 재분류했다. 다만 채권 취득 원가로 평가되는 만기보유 금융자산과 달리 매도가능 금융자산은 시장 가치를 그때그때 반영한다. 이에 금리 상승 추세에 따라 보험사 채권 평가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71%로 전분기(1.43%) 대비 0.28%P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액 감소는 보험사 가용자본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전반적으로 대부분 보험사의 RBC비율이 감소했다”면서 “매도가능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보험사 하락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생보사 중에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의 RBC비율이 전분기 대비 120.0%P 줄어 가장 많이 떨어졌다. 푸르덴셜생명 역시 428.9.3%에서 486.4%로 57.5P% 많이 줄었다. 주요 생보사인 한화생명(238.3%)과 교보생명(333.4%)은 각각 27.1%P, 23.1%P 하락했다.

해외 재보험사 등을 제외하고 주요 손보사 중 하락률이 가장 컸던 손보사는 에이스손해보험이다. 에이스손해보험은 전분기 대비 58.4%P 떨어진 264.0%로 집계됐다. 특히 MG손해보험은 135.2%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50% 이하로 떨어졌다. 주요 손보사인 삼성화재는 1.84%P 내려간 200.9%를,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각각 30.3%P, 11.4%P 하락한 190.1%, 207.5%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전체 보험사 RBC비율은 275.1%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8.8%P 하락한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IFRS17이 도입될 경우 부채를 시가 평가해 변동성이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추가 자본을 필요로 하는 회사들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회사의 경우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추가 자본 확충 등 노력이 필요하며, 금감원도 이런 감독·지도를 지속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