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중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제네시스가 맞춤형 생산 방식인 '비스포크'(Bespoke) 제품 전략을 강화한다.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정 판매하는 스페셜 에디션 모델은 물론 특별한 개인 고객을 위한 퍼스널 오더 모델 등을 선보이며 경쟁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과의 차별화에 나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제네시스 사업부는 상품전략 부문 산하에 비스포크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새 조직은 비스포크 전략 수립과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맡는다. 연구소와 생산·디자인 등 관련 부문이 협업해 의견을 조율하고, 비스포크 프로그램 체계를 만드는 역할이다.
먼저 전담 조직은 새로운 비스포크 전략을 통해 다양한 스페셜 에디션 모델을 제작해서 출시한다. 스페셜 에디션은 기존 모델과 차체 내·외부 디자인을 차별화해 개성을 부여하고, 소량만 한정 생산해 희소성을 높인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기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들은 모델 변경 주기 중간에 다양한 스페셜 에디션 모델을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5~7년 주기인 완전변경 모델 도입 이전에 디자인, 소재, 동력장치 등을 차별화한 특별한 한정판 모델을 제작해서 자사 브랜드 및 차량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소수의 귀빈(VIP)을 위한 퍼스널 오너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의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탄 격벽 차량, 개인 고객의 취향이나 요구를 반영한 커스텀 차량 등을 개발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실제 제네시스는 수년 전부터 특별 제작한 퍼스널 오더 모델을 정부나 기업 의전 차량으로 공급해 왔다.
제네시스는 지난 2015년 브랜드 공식 출범 전부터 다양한 비스포크 전략을 실험해 왔다. 2011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협업한 1200대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모델 '제네시스 프라다'가 대표적이다. 제네시스 프라다는 기존 제네시스(BH) 최고급 모델보다 약 1600만원 높은 7900만원에 출시되며 화제를 모았고, 제네시스란 브랜드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2013년에는 제네시스 에르메스도 쇼카 형태로 선보였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7월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 기반의 스페션 에디션 모델을 출시했다. 50대 한정판 G90 스타더스트는 출시 하루 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 제네시스는 스타더스트 성공을 발판 삼아 향후 차종별 스페셜 에디션 모델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출시하며 비스포크 판매 전략을 보여 주는 '유어 제네시스'를 도입했다. 유어 제네시스는 고객이 원하는 사양만 조합할 수 있는 신규 주문 프로그램이다. GV80은 엔진과 구동 방식, 시트 배열, 내외장 색상, 옵션을 취향대로 골라 10만4000개에 이르는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유어 제네시스를 중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도 도입,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처럼 주로 초고가 자동차 브랜드가 시행해 온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후발 주자로서 기존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들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