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를 고집한 가전 중소·중견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위탁생산 중심 가전 기업이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과 물류 마비로 어려움을 겪은 반면에 국내 기업은 안정적 생산과 품질 확보로 실적 성장을 이뤘다. 한국산 가전 신뢰도도 역시 높아지며 수출도 늘고 있다.
파세코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창문형 에어컨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세로형 창문형 에어컨을 국내 첫 출시, 첫해 5만여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2배 넘게 증가한 10만대 이상을 팔았고 시장 점유율도 60%에 육박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1981억원, 영업이익은 58% 상승한 17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파세코 관계자는 9일 “수요에 따른 빠른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 국내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동남아시아 시장 등 해외에서도 한국산 창문형 에어컨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휴롬은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 원액기 '휴롬 이지'의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전년보다 매출이 470억원 증가한 1183억원, 영업이익은 73억원 늘어난 86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프리미엄 원액기 인기가 치솟은 영향이다.
휴롬 관계자는 “회사 매출 절반이 해외 매출인데 실제 해외 바이어들이 믿을 수 있는 한국산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휴롬은 김해 공장에서 핵심 제품인 원액기 19종과 녹즙기 7종 등을 생산하고 있다. 주요 협력사의 대다수도 경남 김해 지역 업체다. 김해 출신인 휴롬 창업자 김영기 회장은 1974년 창업 이후 지역 고용 창출을 강조해 왔다.
청호나이스 역시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제습기 등을 충남 진천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매출 418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위생 가전 수요가 폭증한 데다 제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진 결과다.
냉·온수기와 제빙기 등을 만드는 원봉도 김포 본사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08억원이다. 지역별 매출은 일본 시장 비중이 가장 높은 가운데 현지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회사는 올해 해외 매출 확대 기대감을 바탕으로 연초에 생산 라인을 증설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생산 기지를 자국으로 수용하는 사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생산 기지 내재화는 공급사슬 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어 위탁생산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