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 카메라부품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한다.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애플의 부품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가 국내 산업계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카메라부품 소싱을 한국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기존의 광학 분야 최대 협력사인 LG이노텍 외에 복수 기업 대상으로 카메라부품을 공급할 신규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일부 회사는 실사까지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품목도 기존에 알려진 TOF 외에 액추에이터, 모듈 등으로 확장됐다. TOF는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서 사물의 입체감이나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3차원 센싱 부품이다. 액추에이터는 렌즈를 움직이는 구동장치로, 초점을 맞추는 데 활용되는 카메라부품이다. 모듈은 이미지센서, 필터, 렌즈 등 카메라부품들을 한데 조립한 것을 뜻한다.
애플이 이들 부품을 한국에서 추가 소싱하려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서플라이체인(SCM) 재편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3월 중국 카메라부품 업체 오필름과의 거래를 끊었다. 지난해 7월 미국 상무부가 오필름을 제재 대상에 올렸기 때문이다. 오필름은 3월 16일 공시를 통해 “특정 해외 고객이 최근 앞으로 자사(오필름)와 자사 자회사와의 구매관계를 종료하겠다는 통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해외 고객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애플을 지칭했고, 오필름은 이후 카메라부품 사업을 중국 스마트폰 생산 업체인 윙테크에 매각했다.
애플은 그동안 LG이노텍, 샤프, 오필름 등에서 카메라를 공급 받았는데, 오필름을 SCM에서 제외하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나선 것이 국내 부품 업체와의 협력 논의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부품 공급사를 선정할 때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체 접촉부터 시제품 수령, 품질검사, 생산시설 실사, 재무 상태 확인, 증설 검토 등 2년 정도가 소요된다. 국내 부품 업체 검토는 지난해부터 시작돼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국내 카메라부품업계가 애플과 거래할 경우 성장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LG의 사업 철수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만 남는 등 경영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런 가운데 애플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