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차세대 전력반도체로 불리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일본이 독점해 온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개발(R&D) 성과다. 한국세라믹기술원(원장 유광수)은 전대우 광·전자부품소재센터 연구팀이 산화갈륨 전력반도체를 상용화할 수 있는 2인치 에피 웨이퍼 개발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에피'는 기판 위에 반도체 물질이 전도성(3차원적 원자스케일 규칙성)을 띠도록 얇은 막을 성장시키는 공정을 말한다. 연구팀은 수소화기상성장법(HVPE)을 자체 개발, 이를 이용해 넓은 영역에서 전자 농도를 제어할 수 있고 기존 대비 높은 전자 이동 특성을 띠는 에피 웨이퍼 제작에 성공했다. HVPE는 높은 에피 성장 속도, 농도 제어 용이, 낮은 유지 비용, 대면적화 가능성 등 여러 장점을 지닌 산화갈륨 에피 웨이퍼 상용 기술이다.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아직 작지만 기존 실리콘카바이드(탄화규소)나 질화갈륨 전력반도체보다 전력변환 효율, 제조비용 등 여러 면에서 우수해 차차세대 전력반도체로 불린다. 소재값을 포함해 제조 비용은 실리콘카바이드나 질화갈륨 대비 20~30% 수준으로 낮다. 반면 전력변환 효율은 약 3% 높일 수 있고, 전력변환 모듈 크기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상용화 결과에 따라 고효율 전력변환 모듈은 물론 초소형 인버터, 초소형 컨버터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산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일본 NCT가 독점하고 있다. NCT는 이미 5년 전인 2016년에 2인치 에피 웨이퍼 상용화에 성공했다. 4인치 웨이퍼 출시를 앞두고 있고, 6인치 개발 데모까지 시연했다. 전대우 연구원은 “2인치 에피 웨이퍼의 국산화로 우리나라 전력반도체 산업 육성과 상용화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면서 “전력반도체 산·학·연과 협력, 4인치·6인치급까지 개발해서 상용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R&D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핵심기술개발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및미래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팀은 연구 성과와 관련해 특허 7건 출원에 6건을 등록하는 한편 국제 논문 10편, 국내 논문 5편을 발표했다.
전력반도체 세계 시장은 오는 2025년 약 33조원 규모 성장이 추정된다. 전력반도체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물론 군수, 이동통신, 자동차, 태양광·풍력발전, 전력전송 등 산업 전반에 걸친 핵심 부품이지만 95% 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진주=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