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요구에 맞는 기술요소를 이용해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조현보 알세미 대표
“자본으로도 쉽게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김승현 햄프킹 대표
“독창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업의 본질, 시장 혁신을 추구하는 것”-사성진 마이셀 대표
대기업 직원에서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제2의 인생을 살고있는 CEO들은 '기술창업'을 이같이 정의내렸다. 기술 기반으로 한 창업이지만 기술개발에 매몰되기보다는 '사업화'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황제창업'이라 불리는 스핀오프 창업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지원은 없다”며 일반창업과 같이 까다로운 검증과 치열한 경쟁이 동반되고, 분사 이후 생존 압박의 무게감은 동일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들 CEO 3인은 모두 모기업의 사내 벤처프로그램에 선발돼 엄격한 심사를 거쳐 분사했다. SK하이닉스 연구원으로 일한 조현보 알세미 대표는 2018년 말 사내벤처 프로그램에 선발됐고, 1년도 채 안돼 기술력을 인정받아 독립된 법인을 설립했다. 반도체 모델링 업무를 담당한 그는 결국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모델링 솔루션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세미는 지난해 10억원의 시드투자 유치를 통해 AI 기반 반도체 모델링 솔루션(ALI)의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일부 잠재고객들과 기술평가에 들어갔다.
김승현 햄프킹 대표는 LG CNS에서 10년간 근무하다 사내벤처 프로그램 '아이디어 몬스터'에 선발되어 지난해 3월 분사했다. 우연히 방문한 관세법인에서 통관업무를 수작업으로 쉴새 없이 하는 것을 보고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AI,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의 기술을 활용해 기존 5시간 걸렸던 통관업무를 5분으로 줄이는 자동화 솔루션을 탄생시켰다. 최근 관세법인 뿐 아니라 대형 물류업체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지난해 분사한 사성진 마이셀 대표는 친환경소재인 버섯균사체 기반으로 가죽과 대체육 소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 및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 및 파일럿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이들은 대기업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스타트업 운영에 약이 되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그만큼의 극복 과제도 공존한다고 말했다. 스핀오프 창업의 최대 장점은 모기업의 지원과 투자다. 그 과정에서 기술력과 사업역량도 여러차례 검증받을 수 있다. 또 대기업에서 배운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스타트업을 운영해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성진 마이셀 대표는 “무엇보다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며 “하고자하는 일에 대한 본질을 충분히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경험을 축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일반창업과는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기업의 초기 투자와 지원, 기술검증 등이 스핀오프창업의 성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고 말한다. 김승현 대표는 “초기 지분 투자를 진행한 후에는 금전적인 지원이 없을 뿐더러 일반 스타트업과 동일하게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보 대표는 “사업 아이템 특성상 높은 전문성을 지닌 기술인력이 다수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금확보가 중요하다”며 “분사창업 이후에는 독립 법인이기 때문에 모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은 불가능해, 모기업과 분사기업이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는 협업모델을 스스로 만들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민간 후속 투자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소위 '대기업' 버팀목이 있으니 민간 벤처투자사들이 굳이 나서서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성진 대표는 “분사 이후엔 결국 대기업의 많은 업체 중 하나일 뿐이고, 스타트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며 “회사의 가치는 결국 온전히 시장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대기업 품이 아닌 외부에서 기술력, 시장성, 사업모델을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표>스핀오프 창업CEO 3인이 말하는 도전 과제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