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경제 회복·기업 선전은 '성과'...부동산·백신은 '아쉬움'

반도체·바이오·IT 등 벤처 활약 돋보여
한국판 뉴딜 안착·K-소프트파워 굳건
탄소중립, 국제사회 주도할 좋은 기회
부동산·일자리 문제 '위기상황' 인정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그동안의 국정운영 성과도 평가했다. 경제 회복과 기업 선전, 한국판 뉴딜, K-팝 등 소프트파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통제 극복은 성공적인 성과로 언급했다. 주거안정 불안과 일자리 가뭄,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형편'을 언급하며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에서 제기된 코로나19 백신 수급 실패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 정책의 강점(성과)과 약점(아쉬움), 기회와 위기 요인으로 나눠봤다.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경제 회복·기업 선전은 '성과'...부동산·백신은 '아쉬움'

◇강점(Strength)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방역 모범국가가 됐고, 그 방역 성공에 힘입어 경제충격을 가장 적게 받고 또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그런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특별연설을 비롯해 올해 들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경제 회복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경제지표가 견고한 회복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며 “가계와 기업, 정부가 혼연일체 돼 이룩한 국가적 성취이며 국민적 자부심”이라고 했다.

이 같은 성적 이면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과 바이오·정보통신(IT) 등 벤처 기업 선전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수출 실적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고 설비투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한편, 소비가 살아나고 경제 심리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호전됐다고 바라봤다.

디지털·그린·지역균형·안전망 중심 한국판 뉴딜에 대해선 본궤도에 올랐다고 했다. 지역과 민간에도 뉴딜 정책 효과가 전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K-방역을 비롯해 K-팝, K-뷰티, K-푸드, K-콘텐츠 등 소프트파워 위상 정립도 성공요인으로 평가했다. 올 초 영국 월간지 모노클은 우리나라 소프트파워를 독일에 이어 2위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문화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통제 극복도 성공 사례로 꼽았다. 민관과 대기업·중소기업이 협력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약점(Weakness)

10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 설치된 TV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 설치된 TV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에 대해 '부동산 문제'라고 돌아봤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해 아주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 성과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부동산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부동산 정책 기조인 '투기 금지' '실수요자 보호' '공급 확대'에 대해선 “달라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등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위기 상황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고용 회복에서 민간 일자리 증가가 큰 몫을 차지하는 긍정 변화가 있었다”며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실패 지적에 대해선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 형편에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리 상황에 맞춰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회(Opportunity) 및 위기(Threat)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에 따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탄소중립 2050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해 “끝까지 완전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어쨌든 위기를 잠재우고 평화를 유지시켰다”며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외교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에 대해선 “인류가 함께 나아가야 할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이달 말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P4G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을 강화하면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위기라고 바라봤다. 문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감염이 지속되고 있고,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한순간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가 더욱 철저한 방역 관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위기 상황 속 불안·갈등·분열 조장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항상 위기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심지어 그 가운데서 갈등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그런 행태도 늘 있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국민들이 이뤄낸 위대한 성취를 부정한다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은 정말로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