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1417억원)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선제 대응과 현지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연간 총투자를 규모를 20조원 수준까지 확대하는 등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 핵심 사업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은 대부분 국내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구조다. 이번에 공개한 미국 투자액은 연간 기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미국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미국 정부 정책의 선제 대응 차원이다.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이 이전 트럼프 정부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미국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 역시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현대차는 내년 중 첫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과감한 친환경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재가입에 이어 지난달 22일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열린 화상 정상회담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재확인했다.
특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전기차나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강력한 정책들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기관 공용차량에 대해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오는 7월경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더 강화된 온실가스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친환경차 지원 프로그램 수혜 조건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