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산업이 코로나19 영향권에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어떤 분위기일까. 설립 2년 만에 스타트업 60여개에 투자, 흑자를 내 주목받는 하나벤처스. 17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환 대표 표정은 밝았다.
“코로나 19로 피해를 보거나 혜택을 보는 기업이 있는데 우리가 투자한 분야는 혜택을 보는 업체가 많았습니다. IT서비스나 콘텐츠, e커머스 분야는 코로나 상황에서 오히려 성장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영상콘텐츠, 웹소설, 웹툰 등도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했습니다. 2~3년 동안에 성장할 가치를 한해에 당겨 이룩한 셈입니다.”
예상한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 수혜를 받는 곳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월 투자한 곳 실적을 체크하는데 실적이 나빠진 곳은 10% 정도 밖에 안된다”며 “하나벤처스는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최근에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전반적 투자 환경도 바뀌고 있다. 투자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벤처투자와 같은 단어가 다소 진부한 표현이 됐다. 성장한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서 대기업이 밀리는 상황도 연출된다.
“벤처캐피털(VC) 외국계 증권사 자금 등 시중에 자금이 많습니다. 사업 환경과 창업 환경이 좋아져 인원 구성이 잘되고 사업모델이 탄탄한 곳은 자금이 아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존 VC가 많이 찾았던 제조업 분야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는 “10년 전까지는 VC들이 대기업에 부품이나 소재를 납품하는 데 투자를 해서 상장하고 엑시트하는 사례가 주였다”며 “지금은 세계적으로 각 제품마다 선도 공급사가 정해져 있고 1차 벤더도 줄어들어 제조업 분야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주목하는 분야는 어떤 곳일까.
“최근에는 콘텐츠, 전기차, 반도체, e커머스, 바이오 분야를 제일 많이 봅니다. 이들 분야 성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음악과 영상을 필두로 한 한국 콘텐츠가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김 대표 역시 투자를 결정하는 시점에서는 고민을 한다. 투자 대상 업체 상당수는 적자가 나는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우선은 경영진이 어떤 사람들인지가 중요합니다. 사회 경험이 있는 분들은 그동안 해 온 일이 지금 하는 일이랑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를 고려합니다. 경력이 짧다면 사업에 대해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를 봐야 하죠.”
두 번째는 사업모델이고 예상대로 가고 있는지를 본다. 그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를 빨리하고 지표관리를 하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된다는 믿음이 생긴다”며 “믿는 곳에 투자하면 좋은 수익률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하나벤처스는 2024년까지 펀드 규모를 1조원으로 키우는 걸 목표로 삼았다. 올해는 투자 금액을 감안하면 4500억~5000억원 까지 증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적으로 금융지주의 자회사기 때문에 일반 캐피털보다 넓은 커버리지를 가지고 갑니다. 시장이 원하는 커버리지로 넓혀갈 수 있습니다. 성장하는 분야에 발을 제일 먼저 들여놓고 성장하는 회사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성장산업은 3~5년이면 바뀌는데 잘 되는 분야에 대한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고 남들이 투자 안할 때 리스크를 안고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 시장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겠습니다.”
하나벤처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좋은 일자리다.
그는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민간자금은 대부분 1년 정도 단기자금이다. 투자하고 3~4년 기다릴 수 있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