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뻗는 K유통,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장벽 뚫는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한 CU 몽골 편의점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한 CU 몽골 편의점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으로 '마스터프랜차이즈'(MFC) 형태의 간접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해외 사업의 위험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접근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S25 운영사 GS리테일은 몽골 현지 기업 숀콜라이그룹과 MFC 계약을 맺고 몽골 내 3개 매장을 동시에 오픈했다. 파트너사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오는 2025년까지 매장 500개를 출점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편의점 CU도 2018년 몽골 프리미엄그룹 자회사 센트럴익스프레스와 MFC 계약을 체결하고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2년 만에 점포를 110여개로 늘리며 현지 선두업체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의 해외 매장 확대 속도가 빠른 것은 MFC 계약 덕분이다. MFC는 현지 운영사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해외로 직접 진출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로열티 수입과 상품공급 대금 수익도 지속 확보할 수 있다.

GS리테일은 베트남에서도 MFC 계약을 활용해 100개가 넘는 매장을 출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MFC는 한국에서 쌓아 온 브랜드 가치를 현지에 그대로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GF리테일도 지난달 진출한 말레이시아 사업을 MFC 형태로 전환할 예정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과 비교하면 로열티 수취 방식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MFC 계약은 사업 전반에 걸쳐 통제 및 관리 권한이 더 광범위하다”면서 “말레이시아 사업도 라이선스 계약으로 진행했지만 점포 브랜드 전환에 맞춰 향후 MFC 계약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GS25와 CU는 몽골에서 현지 파트너사와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GS리테일은 이번 몽골 진출을 위해 숀콜라이 그룹과 합작사인 '디지털 콘셉트 LLC'를 설립하고 지분 10%를 투자했다. BGF리테일 역시 몽골 편의점 사업 파트너사인 센트럴익스프레스 지분 9.9%를 취득했다.

몽골 소비자들이 GS25 초이진점을 이용하고 있다.
몽골 소비자들이 GS25 초이진점을 이용하고 있다.

이마트도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프랜차이즈 계약을 적극 활용한다. 이마트는 베트남 지분 전량을 현지 기업 '타코'에 넘기고 사업 구조를 직영에서 프랜차이즈로 전환했다. 브랜드와 운영 컨설팅, 상품 등을 제공한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 사실상 MFC 형태다.

이마트가 베트남 사업을 프랜차이즈로 전환한 것은 규제에 막혀 지지부진한 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고 직접 진출했지만 점포는 지금껏 1개에 머물러 있다. 비슷한 시기에 진출한 몽골에서는 조인트벤처 설립 후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점포를 3개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도 몽골과 같은 사업 모델을 적용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외국인직접투자의 경우 차별적 규제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지 기업을 앞세워 진입장벽을 낮추고 부지 확보 등 복잡한 행정절차를 피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마트는 프랜차이즈 전환을 통해 5년 안에 베트남 점포를 10개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회사 이마트24도 말레이시아 현지 식품업체와 MFC 계약을 체결하고 올 상반기 안에 해외 1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젊은 층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에 국내 유통기업이 적극 진출하고 있다”면서 “다만 신흥 시장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 변수가 있는 만큼 현지 기업과의 MFC 계약을 통해 안정된 사업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