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1위 노리는 월풀-LG전자, 'ESG 경영' 주도권 경쟁도 치열

LG전자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 생산라인
LG전자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 생산라인

세계 생활가전 매출 1위를 다투는 LG전자와 월풀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서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펼친다. 단순히 매출이 아닌 환경과 사회적 책임 등 가치로 평가받아 진정한 업계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인 월풀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앞서 '탄소중립 2030'을 선언하는 등 친환경 제품 생산·유통을 강화하면서 가전 공룡 간 ESG 경영 경쟁이 불붙었다.

월풀이 공개한 '넷제로(탄소중립)' 전략은 2030년까지 공장과 유통센터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장 가동과 회사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신재생 에너지로 사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탄소 감축 활동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크 비처 월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친환경 조명부터 태양전지, 풍차를 이용한 풍력발전을 이용하며 더는 매립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장기적 약속이며, 우리 DNA의 큰 부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가 4월 25일부터 5월 9일까지 미국에서 진행한 중고 의류를 재활용하는 제2의 생명(Second Life) 캠페인.
LG전자가 4월 25일부터 5월 9일까지 미국에서 진행한 중고 의류를 재활용하는 제2의 생명(Second Life) 캠페인.

월풀과 매출 1위 경쟁을 펼치는 LG전자는 이보다 앞서 2019년 '탄소중립 2030'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0%로 줄이겠단 목표다. 외부에서 탄소 감축 활동으로 획득한 탄소배출권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미국법인은 선제 대응 목적으로 2020년까지 생산단계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0%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LG전자는 이미 1년 앞선 2019년 발표한 목표치를 달성했다.

생활가전 시장 강자 월풀과 LG전자가 탄소중립을 포함한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ESG 경영 때문이다. ESG는 기업 목적을 이윤 추구에 국한하지 않는 사회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가치로 부상했다. 가전 업계 역시 제품 에너지 효율부터 생산, 포장, 폐가전 활용 등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 만큼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양사의 매출 자존심 싸움도 ESG 경영 경쟁에 불을 지핀다.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에서 매출을 넘어 ESG 경영까지 주도해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이다.

LG전자-월풀 실적 비교
LG전자-월풀 실적 비교

생활가전 1위 기업이던 월풀은 2017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LG전자에 내줬다. 매출 역시 2016년 7조원에 가깝게 차이 났지만 지난해 약 6000억원까지 격차를 줄였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LG전자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월풀에 앞서 생활가전 1위 기업에 올랐고, 매출은 약 5000억원이나 앞서 지난해 전체 매출 차이에 근접했다. 올해는 LG전자가 월풀을 제치고 처음으로 생활가전 매출 1위 기업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선전으로 월풀의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 1위를 둘러싼 양사의 매출과 ESG 경영 주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