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기반의 미디어 기업이 국내 미디어 산업을 재편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미디어는 산업은 물론, 일상에도 깊숙이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온라인 미디어 사업자 국내 진입은 국내 미디어 시장에 투자 확대, 제작시스템 변화, 사업자 간 합종연횡 본격화 등 변화를 야기했다.
온라인 미디어 기업의 특징은 '데이터'를 서비스 구축·운영 전반에 활용한다는 데 있다. 개인정보, 쿠키, 전자추적장치, 여타 콘텐츠·이용자 추적 기술에 기반을 두고 기존 미디어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핵심은 데이터이다. 데이터는 미래 신기술 일부이며, 다른 신기술을 작동하게 하는 디지털 에너지이자 핏줄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쓸모가 없고 그 안에서 의미를 캐낼 때 쓸모가 발생한다.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하는 목적은 공익, 경제적 이익 추구, 국가·기관이나 권력에 의한 추적·감시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온라인 미디어 기업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목적은 경제적 이익 추구에 가깝다. 콘텐츠 분석으로 더 나은 콘텐츠를 얻고자 하고, 이용자의 욕구나 경향 변화를 포착해서 적절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종합·분석해서 콘텐츠 선별·제작 근거나 협상카드로 활용한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목한 넷플릭스가 시청자 성향과 반응 데이터를 분석해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한 게 대표 사례다. 콘텐츠 구매·제작 예산을 최적화하고, 성과에 따른 리스크도 줄인다.
또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한다. 반복 이용, 유사 장르 이용 이력, 이용 시간 등 다양한 이용 패턴을 분석하고 동시에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선호를 표시하는 이용자 취향까지 고려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 밖에도 데이터는 거의 모든 곳에 활용된다. 서비스 방향 수립·점검,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기획, 콘텐츠 제공자 정산, 마케팅 등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콘텐츠 메타데이터는 콘텐츠 저장·분류 및 이용자 검색 등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미디어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앞서 논의가 필요한 이슈가 있다.
먼저 데이터 격차다. 사업자 간 데이터 보유량, 저장·분석·활용 기술과 노하우 등에서 격차가 발생한다.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 격차 심화가 문제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 부족으로 국내 사업자와 데이터 활용 차원의 형평성 이슈도 존재한다.
또 미디어 서비스가 추천하는 취향이 실제 개인 취향이냐의 문제다. 데이터 기반의 추천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빈번하게 편의성을 제고하는 것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문화적 편향 야기, 이용자 수동성 강화, 가짜 취향 형성 등 측면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이슈다. 데이터가 새로운 자원으로 산업과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종종 데이터가 많은 개인의 사사로운 정보로 구성된다는 점을 잊게 한다. 사업자도 이용자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나 기술 향상으로 익명화된 데이터를 다시 식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설령 익명화된 정보라 해도 다른 데이터를 통해 개인을 식별할 수도 있다.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간 문제는 공동체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 간 갈등, 나아가 공동체적 가치와 보안 가치 간 갈등과도 관련된다. 데이터 분류 표준화 등 다른 이슈도 많다.
이러한 이슈와 관련해 데이터 정책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까.
첫째 국내 온라인 미디어 기업의 활로 모색을 위해 데이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관련 규제의 실효성 담보는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할 과제다.
둘째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간 균형을 추구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용자를 채취 가능한 자원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산업 활력에 필요한 데이터를 원활히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에서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는 일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용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산업 진흥정책을 기획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를 자꾸 놓치는 지점이 있다. 토종 미디어 기업이 살아남고 잘 성장하기 위해 몇몇 거대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고 미디어 생태계가 오래가도록 메커니즘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데이터 관련 이용자 리터러시 향상 논의도 계속해야 한다.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 ksk@koba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