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자사 모바일 금융브랜드 '위비(wibee)'를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분위기다. 위비는 우리은행 전임 행장 시절 금융종합플랫폼으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브랜드 성장 가능성이 저조하자 정리수순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위비톡이 서비스를 중단한 데 이어 위비장터, 위비뱅크 등이 없어지는것도 시간문제라고 금융권에서 보고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통합 포인트 멤버십 서비스 '위비멤버스'에서 위비 브랜드를 떼기로 결정했다. 위비 브랜드를 없애고 우리원(WON)멤버스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금융 내에서 위비의 흔적을 지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은행권 최초로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도 이용자 감소에 따라 지난해 서비스가 종료됐다.
위비톡은 한때 카카오톡 대항마로 야심차게 출시됐다. 연예인 유재석이 광고할 만큼 우리금융 이 주력하는 플랫폼이었지만 사용자가 미미하자 초라하게 퇴장했다.
위비뱅크 역시 기능이 축소됐다. 위비뱅크 전용 예·적금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간편 송금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개편된 바 있다.
위비 브랜드를 없애는 것에 대해 우리금융 내에선 수익성 악화, 성장성 저조 등 이유를 거론한다. 그러나 시장에선 전임 행장 흔적을 지우기 위한 디지털 거버넌스 전면 수정으로 해석한다.
다른 금융지주사 대비 우리금융 디지털 혁신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위비멤버스 서비스는 실적 저조와 소비자 외면으로 우리은행에서 우리카드로 업무가 이관된 바 있다
디지털 혁신 플랫폼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1세대 통합 인프라로 고객에게 철저히 외면 받으며 또다른 브랜드 간판으로 바꿔달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든 서비스에서 위비를 떼고 있는데 사실상 버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아있는 위비뱅크, 위비장터 등 서비스도 조만간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금융이) 디지털 거버넌스를 수정한다고 해서 디지털 브랜드를 버리는 것은 고객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판단 같다”고 지적했다.
위비는 디지털 금융 시장 공략을 포부로 탄생한 우리금융의 대표 금융브랜드다. 우리금융은 위비 대신 우리원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우리원멤버스는 우리금융그룹 내 계열사 고객들에게 상호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등 금융그룹 통합 마케팅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며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초개인화 알고리즘을 구축해 빅데이터 플랫폼으로서 고객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원멤버스는 같은 그룹 내 은행, 카드, 캐피탈, 종합금융 등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금융플랫폼이다.
계열사별로 제공하던 포인트와 혜택도 하나로 합쳤다. 우리은행이나 우리카드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우리원멤버스에서는 새롭게 개인 맞춤형 대출간편조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대출 상품에 대한 금리를 일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해 계열사 내 금융상품을 상호교차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예컨대 우리카드 사용자에게 우리은행 예·적금 상품을 추천하는 등 그룹 내 고객확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기존 '위비꿀페이'도 이름을 '우리원꿀머니'로 바뀐다.
위비꿀페이는 바코드를 이용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결제 시 본인이 보유한 위비꿀머니(선불전자지급수단)를 우선 사용하며 꿀머니가 부족할 경우 우리은행 계좌를 통해 별도의 절차 없이 즉시 자동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