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과 31일 개최된 P4G 서울녹색미래정상회의에선 기후변화에 대비한 지구촌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역할에 대한 정상간 논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주목할 대목은 우리나라 탄소 배출의 87%를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한 세션에서 “IEA에 따르면 올해 탄소배출 규모는 역사상 두 번째에 이를 것”이라며 “2050년 넷 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려면 청정에너지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만큼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역할은 중요해졌다. 최근 청정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 중인 '시화나래조력센터'를 찾아 신재생에너지 가능성을 살펴봤다.
자연을 통해 자연을 치유하고 자연에서 만들어내는 1차 에너지를 활용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바로 시화호가 주인공이다.
시화호는 경기도 안산시·시흥시·화성시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다. 1987년 간척사업일환으로 바다를 메우는 물막이 공사가 시작돼 1994년 최종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면서 시화호에는 죽은 물고기가 수없이 떠올랐다. 담수화이전 3.3 수준이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997년엔 17.4PPM까지 치솟았다. 시화호 주변에는 죽은 물고기떼가 떠오르고 조개 등이 사라졌다. 죽음의 호수가 된 셈이다. 정부는 1996년 6월 결국 수문을 열어 해수유통을 시작했다. 그 이후 지금은 COD 2.4로 담수화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자연을 통해 자연성을 회복한 것이다.
◇죽음의 호수에서 되살아난 생태계
서울에서 약 40㎞, 인천에서 20㎞ 떨어진 시화호는 바다를 메워 만든 호수다.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와 대부도 방아머리를 이은 11㎞ 방조제로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다.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이곳이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화호에서 가장 먼저 꾸려진 청정에너지원은 조력발전이다.
정부가 해수유통을 결정하면서 방조제에는 거대한 수문을 만들었다. 바닷물과 호수물을 교환하는 수문을 만드는 과정에선 8개 관문을 조력발전용으로 건설했다. 수문 위에는 수차를 만들어 전력 생산에 나선 것이다. 하루에 오가는 바닷물의 양이 1억4600만톤으로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했다. 시화호 전체 수량인 3억2000만톤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력발전은 연간 552GWh 전력을 생산한다. 시설용량은 240㎿로 조력발전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앞서 세계 최대였던 프랑스 랑스의 200㎿ 시설을 넘어섰다. 전력량으로 보면 시흥시 인구 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또 86만2000배럴의 유류 대체가 가능하다. 이는 경유차가 서울에서 강릉까지 500만번을 왕복할 수 있는 기름이다. 31만5000톤의 이산화탄소(CO₂) 저감 효과도 있다. 이는 30년생 잣나무 500만그루가 뿜어내는 온실가스 감축효과다.
해수유통과 조력발전은 시화호 생태계를 되살리는 데도 일조했다. 갯벌이 복원되며 생태계가 살아났다. 조개, 게 등 저서생물이 살아나면서 새와 육상동물이 돌아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5년 83종 대비 저서생물은 2018년 188종으로 126% 증가했다. 이 기간 시화호에 찾아온 새들도 93종으로 22.5% 늘었다. 이밖에 갑각류·어류 등 유영동물이 3배 이상 늘었고 육상생물도 768종으로 20%가량 증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화호 사례는 국내에서 담수호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돼 수질이 악화되는 호수의 수질 개선에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새만금호에도 시화호 모델을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새만금 호내 수질을 외해 수준으로 회복하고 어류, 조개류 서식환경 등 갯벌 해양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본에서도 나가사키현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호가 오염되자 어민들이 해수유통 소송을 제기하여 배수문을 여는 판결을 받았다. 네덜란드 휘어스호도 오염문제가 발생하자 호수를 막은 댐에 2개 터널을 건설해 해수를 유통했다.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도 박차
시화 조력발전 운영을 책임지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변화를 추진한다. 무한 자원과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댐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디지털트윈,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추진 중이다.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대표적인 디지털 트윈 기술로는 2018년 개발 완료한 'K-TOP(조력발전 운영프로그램)'이 있다. 'K-TOP'은 실제 설치된 발전기와 동일한 조건으로 발전량을 계산할 수 있도록 개발된 디지털 프로그램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밀물과 썰물의 크기를 고려해 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발전스케쥴을 제공한다. 양방향 발전방식 조력발전량 계산 기능도 있어 향후 국내외 조력발전 건설 시 활용 가능하다. 또 '실시간 자동수문 운전 AI'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해수위 크기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탑재해 문을 열고 시화호 물을 자동으로 배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관리동에는 해수열 냉난방 실증시스템과 건물일체형태양광(BIPV)도 구축된다. 해수열 냉난방실증장치는 바닷물 온도차를 이용한 발전시스템이다. 하천 물을 이용한 수열에너지와 같은 이치다. BIPV는 건축물 역할과 전력생산을 동시에 하는 태양광 설비다. 시화호 발전소 건물 외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해수열 냉난방시 열교환기와 히트펌프 운영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아가 시화호에는 해상태양광, 해상풍력, 수소 연료전지 실증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정부는 부유식 해상태양광을 대부도 인근 바다에 설치해 실증에 나선다. 100㎾급 부조체형으로 바다에 떠서 태양광에서 전력을 생산한다. 인버터 기능을 내장해 별도 전력선이 필요 없는 것이 장점이다.
그린 수소 실증사업에도 나선다. 시화 방아머리 풍력에서 나오는 3㎿와 태양광에서 나오는 1㎿ 전력으로 해수를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실증 시험이다. 이를 통해 하루 300㎏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승용차 60대가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화호가 AI와 디지털트윈이 결합된 조력발전소와 함께 태양광, 수소, 잠재된 그린에너지를 활용해 그린뉴딜과 신산업 중심지로서 거듭나고 있다”면서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교육의 장이자 체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세계 조력발전 현황
<자료 한국수자원공사>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