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풍력발전 설비 신규 설치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GE가 덴마크 베스타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중국 골드윈드가 2위로 올라섰다. 특히 중국 업체는 자국 시장 확대를 기반으로 10위 안에 7개 업체가 포진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 확대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풍력시장 개발마저 늦어질 때는 국내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경쟁력도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10일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 구축된 신규 풍력발전 설비는 93GW로 연 기준 최대 설치량을 기록했다. 이전에 가장 많이 구축됐던 2015년 63.8GW와 비교해 29.2GW 더 많다.
작년 세계 풍력시장 확대는 중국시장의 폭발적 성장 영향이 컸다. 중국은 지난해 52GW 풍력발전 설비를 신규로 설치, 세계 신규 설치량 55.9%를 차지했다. 2019년 이후 육·해상풍력 모두에서 신규 설치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미국 GE가 덴마크 베스타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골드윈드가 2019년 점유율 8.21%에서 지난해 12.56%로 끌어올리면서 2위로 올라섰다. 2019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베스타스는 중국 골드윈드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지난해 풍력발전기 신규 설치 상위 10개 업체 중 7개 업체를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 업체는 자국 내수시장의 폭발적 성장 덕에 세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은 자국 업체가 98%를 차지한다.
에너지 전문가는 지난해 중국이 코로나19로 타격받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풍력 신규 설치를 경쟁적으로 늘렸다고 분석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세계 풍력발전 시장에서 다른 국가들은 설치량이 예상이 되는데, 중국만 유일하게 예측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풍력 신규 설치 대수를 확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풍력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는 시장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는 두산중공업과 유니슨, 효성중공업 등이 풍력발전기를 제조하고 있지만 해외는커녕 국내에서도 확실한 '트랙 레코드'를 쌓지 못했다. 그나마 유니슨이 일본과 자메이카, 터키, 에콰도르 등에 약 44㎿를 수출했다. 두산중공업은 해외에 발전기 구축 실적이 아예 없다.
정부가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 확대를 공언하지만 성장이 늦어지면 국내 업체 기술력도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기업과 우리 기업 기술력 격차가 벌어질 때에는 안방시장을 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한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풍력시장 성장은 지금보다 더 가팔라질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업체가 취약한 풍력발전기나 전력변환기 기술력을 높인다면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다”고 밝혔다.
<표>2020년 풍력발전기 제조업체별 신규 설치량
자료: BNEF, GWEC. 한국풍력산업협회 재편집.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