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오존 발생 공기청정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최근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공기청정기 사용이 높아진 가운데 오존 발생 부작용을 막자는 게 이유다. 산업계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오존 발생이 엄격히 관리되는 상황에서 판매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은 실내공기질 관리법, 학교보건법 등을 일부 개정해 다중이용시설에서 오존을 발생하는 공기정화설비 사용을 금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달 중 개정안을 발의, 올해 안 처리를 목표로 한다.
개정안은 공기청정기, 공기살균기, 공기정화기 등 공기정화설비 가운데 오존을 조금이라도 발생시키는 제품 전부를 대상으로 다중이용시설 판매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실내 공기질 관리법상 다중이용시설에는 모든 지하철역사, 버스·항공·항만 등의 대합실, 도서관, 병원, 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등이 해당한다. 여기에 학교보건법까지 일부 개정, 학교시설에서도 오존 발생 공기정화설비 사용을 금지한다. 규정을 어길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조항을 추가한다.
이번 법 개정은 공기청정기, 공기살균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오존 발생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집진식, 이온발생식, 자외선 램프방식 등을 적용한 공기청정기, 공기살균기는 살균 과정에서 오존이 발생한다. 오존의 살균력은 뛰어나지만 고농도이거나 오존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급성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8시간 이상 노출 기준으로 전자기기 오존 발생을 0.05ppm 이하로 규정했다. 국내에서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1시간 이내는 0.1ppm, 1시간 이상은 0.05ppm 이하 오존 농도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공기청정기 보급률은 7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구매가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살균기능을 강화한 공기청정기, 공기살균기 제품이 봇물 터지듯 출시되자 오존 노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유럽 등 해외와 비교해 공기청정기 보급률이 최상위권인 데다 사용 시간도 월등히 길다”면서 “최근 실내 생활이 늘면서 공기청정기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나는데 오존에 더 취약한 어린이, 노약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에는 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안 개정 움직임이 일자 산업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현재 판매되는 공기청정기 가운데 오존 발생 제품은 약 30% 수준으로 추정된다. 공기살균기는 사실상 대부분 오존이 발생한다. 특히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공기청정기·공기살균기 81개 제품 가운데에서도 40% 가까이가 오존을 조금이라도 발생하는 제품으로 추정된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이들 제품은 학교와 다중이용시설 대상의 판매가 금지된다.
관련 업체들은 오존 농도와 관련해 정부 의무 인증인 'KC인증'을 포함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공기청정협회 'CA인증'까지 충족시켜 제품을 출시하는 상황에서 판매 금지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표준에 맞춘 정부 의무 인증을 통과해 오존 관련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고, 기준이 더 높은 한국공기청정협회 인증까지 받아 신뢰성을 확보한 상황에서 판매 금지 추진은 비합리적 규제”라면서 “지난해 공기청정기가 코로나19 확산 주범이라는 잘못된 뉴스 때문에 홍역을 치렀는데 이제는 심각한 오존을 발생하는 기기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을 계기로 우리나라 공기정화 환경과 오존 간 관계 연구를 강화하되 오존을 대체할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오존의 위해성은 입증된 만큼 이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살균 기능을 제공하는 게 가장 좋다”면서 “이번 법 개정 움직임과 함께 공기 중 바이러스를 차단할 기술 개발과 자연 환기 강화 등 근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